지난 4일,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북한 과학기술은 지금까지 비날론 생산, 봉한학설, 핵융합 성공, 인공위성 등 대략 4회에 걸
쳐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 중 확실히 성공한 것은 비날론 하나뿐, 나머지 3개는 아직 논란
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비날론은 페째(독일, 1934년)와 나일론(미국, 1938년)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나온 합성섬
유이다. 비날론을 발명한 이승기 박사는 전남 남양출신으로 중앙고보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
대학으로 유학, 이 대학 부설 연구소인 일본화학섬유연구소에 근무하면서 1939년 비날론 합
성에 성공했다.

이박사는 6.25때 북한군에 함락된 서울에서 북한당국에 징발되어 월북, 전쟁중에도 북한당국
이 수풍댐 근처에 토굴을 파고 마련해준 연구소에서 실험을 계속했다. 1961년 5월 현재의
2.8비날론공장을 준공한 이박사는 그 공로로 북한에서는 ‘노력영웅’ 칭호(1961년)와 김일
성상(1980년)을 받았고, 소련에서는 레닌상(1962년) 수상과 함께 소련 과학아카데미 명예원
사(1966년)로 추대되었다. 중국에서는 그에게 인민과학자 칭호와 함께 국가훈장 1급(1986년)
을 수여했다.

봉한학설은 의학자 김봉한 박사가 한의학을 연구, 한의학에만 나오는 학설인 ‘경락’의 실
재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던 학설이다. 김봉한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 의사로
재직하던 중 6.25를 당해 이승기 박사와 비슷한 경로로 월북했다. 정전후 그는 평양의학대학
교수로 임명되었다.

북한당국은 1956년 노동당의 결정으로 ‘한의학 과학화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을 결의했
고 김봉한은 그 중심인물이 되었다. 연구에 착수한지 5년후인 1961년 김봉한은 경혈부에서
발견한 구조물(봉한소체)과 그를 연결하는 관상구조물(봉한관), 봉한관의 내용물(봉한액) 등
을 밝혀내 세계 의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북한 당국은 이를 세계 의학계에 발표, 자랑
했고 1964년에는 정부 직속 연구기관인 경락연구원을 창설, 김봉한을 연구원장으로 임명했
다. 조선중앙통신사에서 발행하는 조선중앙연감 1964년호는 김박사와 그의 업적에 대해 대
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1967년쯤 북한은 봉한학설 완전 폐기를 결정한 후 북한의 모든 인쇄물에서 봉한학설
을 지워버렸으며, 지금도 그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동구권을
비롯한 세계 의학계가 그의 학설을 부정했고, 김박사는 그에 대한 반론 제시에 실패, 국위를
실추시켰기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핵융합 성공설은 지난 1989년 5월 8일자 노동신문 1면에 발표되었다. 당시 신문기사 원문은
이렇다.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집단이 최근 방안 온도에서 핵융합반응을 실현시키는데 성공
했다. 상온 핵융합반응에 대한 연구사업을 힘있게 벌여 온 이 대학의 연구집단은 중수 속에
팔라디움 전극과 백금 전구를 넣어 전기분해해 핵융합반응을 실현했으며, 이때 나오는 중성
자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방안 온도에서 핵융합반응이 일어났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학의 다
른 연구집단에서도 유사한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해 연구 결과를 재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새
로운 현상을 더 관찰했다.

(중략) 대학의 연구집단은 지난 기간 고온 초전도 재료를 비롯한
많은 연구성과를 이룩한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세계 과학계가 큰 관심을 돌리고 있는 상온
핵융합 반응을 실현하는 데서 귀중한 연구결과를 얻어 냄으로써 첨단과학분야의 연구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 주었다.”

김일성대학의 핵공학 연구수준이 세계적이라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김일성대학에는 해방직
후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중 월북한 세계적인 핵물리학자가 2명 있었다. 그들은 도상록과
한인석이다. 김일성대학 총장으로 있는 박관오 박사는 현재 나이 60대 후반인 북한 최고의
핵물리학 박사이다.

김일성대학 원자력학부를 졸업한 후 소련으로 유학, 모스크바 물리대학을 졸업하고 두브나
핵연합연구소에도 다년간 근무했다. 일설에 따르면 그는 두브나 연구소에서도 고위직에 있
었다.

귀국후 북한당국으로부터 핵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1년 원자력연구소장 자격으로
두브나 연구소 정기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측의 이같은 자랑은 아직도 그 사
실여부가 의문시되고 있다. 10년전에 이같은 실적을 올렸으면 그 후속 연구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전혀 없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핵융합은 핵발전소에서 연소기간이 무한
대인 무공해에너지를 얻어내기 위해 연구하는 첨단과학이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극심한 전
력난에 시달리면서 신포지역에 우리 기술진이 건설해 줄 경수로발전소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에는 6·25이전부터 로켓공학분야의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중 도상록과 함께 월북한 여경구 교수, 몽양 여운형의 아들인 여교수는 일본에서 대학
을 졸업했고 졸업직후 V-2로켓을 개발팀에 참여했던 우수한 화학자다. 일본군부가 고도의
보안성이 요구되는 첨단무기개발 연구소에 조선인출신 과학자인 그를 참여시킨 사실을 감안
해보면 그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났었는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는 월북후 과학원 화학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북한의 과학정책까지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
졌다. 이승기 박사 또한 비날론 개발이후 잠시 로켓연료개발분야에 종사했던 것으로 알려졌
다. 북한에서는 그가 만든 화약으로 다련장 로켓포(방사포)를 개량, 이승기포라고 부르고 있
다.

북한 함흥시 본궁지역에 가면 인민군 열사묘가 있고 여기에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시신이 묻
혀있다. 그 대부분은 첨단무기를 개발하다가 폭발사고로 죽은 과학자들이다.
북한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해서 과학발전 수준까지 우습게 봐서는 곤란하다. 북한의
경제정책은 ‘제1경제위원회’, ‘제2경제위원회’로 나누어 추진하고 있다. 제1경제위원회
는 생활필수품 생산을 기획관리하는 곳이며 제2경제위원회는 군사용 물자 전반에 대한 생산
을 기획관리하는 곳이다.

인공위성개발을 담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기관은 제2경제위원회 제4총국이다. 이 기관은 모
든 미사일시스템의 개발 및 생산, 조달을 담당하고 있다. 스커트 B, C형 미사일은 물론 대
포동 1, 2형 미사일의 개발도 여기서 담당하고 있다. 제4총국 산하에는 ‘1월 18일 기계공
장’, ‘해상미사일공장’ 등 다수의 공장이 있다. ‘강계26호공장’은 약 2만명의 노동자들
이 일하는 북한 최대의 미사일공장이다. 일설에 따르면 이 기관에서는 프랑스제 함대함미사
일인 엑조세와 미국진 휴대형 지대공미사일인 스팅거까지 견본을 획득, 역설계를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기반 위에 옛소련 붕괴이후 러시아로부터 유입된 과학자들의 첨단기술이 유입되어
장거리미사일과 인공위성발사에 사용된 고성능 로켓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
앙정보국(CIA)은 지난 7월부터 북한이 러시아 과학자들을 영입, ‘대륙간 탄도탄(ICBM)’
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함께 러시아 첨단산업체 몇 곳을 조사하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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