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술가에겐 유연한 세 치 혀가, 소설가에겐 수려한 글솜씨가 무기다. 무기라니, 굳이 공격할 게 무엇이겠냐마는, 뭔가를 바꾸는 힘은 한데 뭉쳐 투쟁하는 데 있을 수도 있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직분에 맞는 ‘주무기’를 다루는 데서도 시작될 수 있다.

여기 미술가들이 그들의 무기인 작품을 내세워 국내 초유의 공모전인 ‘미술대전’에 정면 공격을 퍼붓고 있다. 예술의 권위를 대통령상으로 설명하려는 유치한 발상에 딴지 거는 ‘그때 그 상, 내가 죽도록 받고 싶은 대통령상’전이 그것이다.

평창동 세줄미술관에서 오는 4월 20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서 33명의 작가들이 미술대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벌이고 있다.

‘위 사람은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미술대전이 가진 전력과 수익성을 위하여 갖은 비리를 서슴치 않았기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한 것처럼 상장을 주어 칭찬합니다.’ 받는 이는 단연 미술대전. 전시실 입구에 걸린 상장의 문구다.

이를 비롯해 대통령상을 밥상으로 비유해 펼쳐지는 작가들의 퍼포먼스나, 미술대전을 걸레로 묘사해 금가루 붙은 걸레를 설치해 놓은 안성환 작가의 작품 등 소재가 대부분 파격적이다.

전하려는 메시지가 뚜렷해 작품 하나하나에서 작가들의 분노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워낙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던 미술대전. 게다가 대통령상 부활은 미술가들을 광장으로 내몰았다.

실제 가두행진을 펼치며 구호를 외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예술작품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있는 것이다.

회화가 생각과 소통의 가장 직접적인 수단인 ‘언어’ 즉 말이나 글보다 훨씬 극명하고 인상적인 시위 형태일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시에서 찾을 수 있는 점이다. 단단히 약이 오른 작가들의 무기공격에 미술대전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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