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관련 특별법안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은 퇴거한 임차인이어도 등기를 마친 경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보증금 요건도 최대 4억5000만원까지 확장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 범위를 확대한 점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살던 집의 우선매수권, 세금 감면 등의 지원을 받으려면 피해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정안에 따르면 과정이 녹록지 않다. 피해자로 인정 받으려면 전세사기에 대한 고의성이 의심되는 사례로서 수사 개시, 임대인의 기망, 동시진행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지원 대상을 고의성이 의심되는 계획적인 전세사기 피해자로 국한하는 것이다.

  문제는 임대인의 기망 의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임대인이 임차인을 ‘속여’ 전세보증금을 가로챌 목적으로 사기를 저질렀는지 입증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 미추홀구에서 38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건축왕’은 “세입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자신이 기망의 의사가 없음을 내세웠다.

  정부는 모든 사기 범죄를 국가가 구제할 순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사기가 성행한 이유는 무분별한 전세 대출 보증제도와 임대·전세 제도를 운용한 정부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당장 살 집과 앞으로 사용할 보증금마저 사라진 이들을 위해 다양한 피해를 포괄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여·야는 협력하여 한시적인 전세사기 특별법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전세와 대출보증 체계에 대한 다각적인 보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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