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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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칸상은 각 분야 전문 기술자의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자 만든 상”- 이지현 영화평론가 
“디프 포커스로 제작자 의도에 맞춰 영화의 일부분을 지나치게 잘라내는 것을 잘 막아냈다.”- 앙투완 코폴라 교수
“세분화된 현 영화제작 방식 흐름을 고려했을 때 벌칸상과 같은 부문이 더욱 높이 평가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 김헌식 강사

칸 영화제에는 영화 제작에 참여한 기술 스태프의 공로를 인정해주기 위한 특별상이 존재한다. 바로 벌칸상이다. 해당 상은 대표적인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으로 미술, 촬영, 의상 등에 있어 전문 기술자의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자 탄생했다.  

  벌칸상의 전신은 1951년부터 2001년까지 칸 영화제에서 수여했던 ‘기술 그랑프리’다. 2003년에 CST(이미지 및 음향에 대한 기술위원회) 위원장 피에르 윌리암 글렌에 의해 기술 그랑프리가 2년여 만에 복원되면서 이는 현재의 벌칸상으로 이어졌다. CST는 매년 분야별 심사위원을 구성해 그해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에 참여한 미술·음향·촬영·편집 감독 등 기술자를 대상으로 시상한다. 

  2016년에 개최된 제69회 칸 영화제에서 영화 <아가씨>의 류성희 미술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을 수상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8년에는 신점희 미술 감독이 영화 <버닝>으로 해당 상을 받으며 벌칸상의 이름이 국내에 알려졌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는 영화 <레미제라블>의 편집 감독 플로라 볼펠리에르와 촬영 감독 줄리앙 푸파르가 수상한 이력이 있다. 

  중앙영화제에서 선정한 벌칸상의 주인공은 바로 영화 <맹크>의 촬영 감독 에릭 메서슈미트다. 1940년대 영화기법을 현대로 끌어와 모든 세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맹크>는 1941년 개봉한 오손 웰즈의 영화 <시민 케인>의 뒷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1930년대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허먼 맹키위츠의 영화 시나리오 집필 과정을 담고 있다.  

  흑백으로 연출된 <맹크>는 오로지 조명과 촬영만으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김헌식 강사(동아방송예술대 방송연예학부)는 <맹크>가 과거의 유행이 신세대 사이에서 새롭게 유행함을 의미하는 ‘뉴트로’와 관련 깊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총천연색 컬러 영화가 익숙하기에 흑백영화는 그들에게 오히려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어요. 따라서 전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특징을 영화가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맹크>가 <시민 케인>을 오마주해, 해당 영화에서 사용된 촬영 기법인 ‘디프 포커스(Deep Focus)’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디프 포커스란 근경과 원경에 모두 초점을 맞춰 장면 안에 있는 사물과 사람 전체를 선명하게 담는 기법이다. 이는 현대 영상 콘텐츠의 흐름에 걸맞다. 기존의 많은 영화는 초점 변화를 통해 관객의 시선이 창작의 의도에 맞춰 따라가도록 유도해왔다. 반면 최근 영화계는 영상을 시청하는 관객의 자율 의사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이때 디프 포커스는 화면 속 모든 피사체에 초점을 두기에 관객의 시선에 창작자나 연출자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데에 시의적으로  의의가 크다.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의 촬영 감독 로버트 D. 예먼도 주목할만하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1950년대 파리에 거주하는 미국 국적의 기자들이 잡지를 출판하는 과정을 묘사한 영화다. 표국청 영화감독은 제74회 칸 영화제 벌칸상을 <프렌치 디스패치>가 수상할 수 있다고도 바라봤다. “칸 영화제 출품을 위해 개봉 일정을 1년 연기했을 만큼 칸 영화제에 적극적이고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 우수하기에 기대가 큽니다.” 

  현재 영화 제작 현장은 과거에 비해 업무가 세분화돼 있다.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총괄 감독 아래 수많은 분야의 감독이 다수 존재한다. 영화 제작에 있어 기술 부문이 다양해진 만큼 전문성을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벌칸상과 그 수상작이 앞으로 보다 주목받기를 소망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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