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서경 기자
사진 김서경 기자

노릇하게 피어난 꽃의 향기

삼짇날, 선조들은 진달래꽃을 따다 화전(花煎)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이날만큼은 모두가 꽃구경을 하며 화전을 즐겼다고 하죠. 이번 ‘만들어 보고서’에선 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화전을 요리했습니다. 
  재료 준비 
  재료: 찹쌀가루 300g(화전 약 20개 분량), 뜨거운 물, 진달래(혹은 식용 꽃), 쑥갓, 식용유, 꿀 
  준비물: 찹쌀가루를 반죽할 넓은 그릇, 프라이팬 
  진달래(혹은 식용 꽃)와 쑥갓은 깨끗이 씻고 물기를 닦아 둡니다. 이때 꽃은 수술과 암술을 제거합니다. 

 

 

  반죽하기 
  찹쌀가루 300g에 끓는 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반죽합니다. 물기가 없어 보여도 치대다 보면 반죽이 뭉쳐지기 때문에 한 번에 물을 많이 넣지 않고 소량씩 부어가며 반죽하는 것이죠. 이처럼 뜨거운 물을 이용하는 반죽을 ‘익반죽’이라고 하는데요. 쌀에는 밀과 달리 글루텐 성분이 없어 그냥 반죽했을 때는 점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따라서 끓는 물을 이용해 찹쌀가루 속 전분을 팽창시켜 점성이 있는 반죽을 만들죠. 가루가 안 보일 때까지 반죽해주면 되는데요. 눌렀을 때 푹 들어가면서 옆이 갈라지지 않으면 딱 좋습니다. 단호박, 치자 가루 등을 함께 섞어 색을 낼 수도 있죠. 



 

  불에 지지기 
  반죽을 조금씩 떼서 손으로 동그랗게 굴렸다가 평평하게 눌러줍니다. 반죽이 빨리 마르니 젖은 면포로 덮어서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해주세요. 그다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예열한 뒤 구워줍니다. 화전은 아주 약한 불로 서서히 지져야 하는데요. 센 불로 조리하면 겉은 타고 속은 덜 익을 수 있기 때문이죠. 화전은 다른 전처럼 반죽에 재료를 미리 섞은 후 굽지 않고 반죽을 먼저 부친 다음 꽃을 올려줍니다. 어느 정도 반죽이 노릇해지면 뒤집개로 반죽을 뒤집고 그 위에 진달래(식용 꽃)를 붙여주세요. 앞뒤로 잘 익혀주되 꽃이 놓인 면을 오래 구우면 꽃이 그을리니 주의합니다. 

 

 

  꿀을 발라 완성하기 
  화전이 다 구워지면 꿀을 두른 그릇 위에 올려줍니다. 향긋하면서도 달콤한 화전이 완성됐네요. 기호에 따라 꿀 대신 설탕이나 시럽을 묻혀 먹을 수 있죠. 형형색색의 화전을 보니 마치 그릇 위에 꽃이 핀 것 같습니다.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는 만개한 꽃들을 보는 듯 다채롭답니다. 진달래 향과 달콤한 꿀이 섞인 맛은 사계절 중 봄에만 즐길 수 있는 별미죠. 꽃이 살포시 앉은 동그란 전이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해줍니다. 요즘에는 봄을 맞이하기 위한 간단한 외출에도 어려움이 있는데요. 멀리 가지 않고 식탁에서 꽃놀이를 즐겨보면 어떨까요.




 

봄을 우려낸 한 모금

삼짇날이 오면 화전과 함께 화면(花麵)이란 음식을 만들어 잔치를 벌였다고 합니다. 화면은 녹두 녹말로 만든 면(麵)을 오미자 물에 띄운 음료인데요. 봄의 싱그러움이 정성스레 우러난 화면을 만들어봤습니다. 
  재료 준비 
  재료: 말린 오미자, 물, 꿀, 청포묵, 배 
  준비물: 물병, 면포, 도마, 칼 
  전통식 화면은 녹말가루를 반죽해서 면을 만드는데요. 이번 보고서는 녹두를 쒀서 만든 청포묵으로 대체했습니다. 편리함을 위해 과정을 간소화했죠. 



 

  오미자 물 만들기 
  오미자를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에 넣어 10시간~2일 동안 우려냅니다. 화면을 먹기 1~2일 전에 미리 오미자 물을 만들어 두면 좋죠. 오미자에는 단맛·신맛·쓴맛·짠맛·매운맛이 모두 담겨있는데요. 오미자를 끓이면 씨앗 속에 있는 성분이 배어나면서 쓴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냉수에 담가야 한답니다. 어느 정도 빨갛게 색이 나오면 이를 고운 면포에 한 번 걸러서 맑은 오미자 물을 만듭니다. 그다음 걸러낸 오미자 물을 한 번 끓이고 나서 식혀주는데요. 여기에 꿀을 조금 타고 잘 녹인 후에 차갑게 보관하면 되죠. 시간이 부족하다면 오미자즙에 물을 섞어 만들 수도 있습니다. 



 

  면 만들기 
  청포묵을 얇게 채 썰어 화면에 들어갈 면을 준비합니다. 가늘고 똑바르게 잘라야 먹기 편하고 보기에도 좋죠. 하지만 이때 너무 세게 칼질을 하면 청포묵이 부스러질 수 있으니 부드럽게 칼질해야 합니다. 만약 전통 방법대로 녹말을 이용하고 싶다면 두 가지 과정을 거쳐 만들 수 있는데요. 먼저 녹말을 물에 풀어 중탕해줍니다. 녹말이 익으면 차가운 물에 냉각시킨 뒤 면처럼 얇게 썰면 되죠. 지역에 따라 녹두 녹말 대신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다양한 종류의 녹말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면이 다 준비됐다면 원하는 양만큼 그릇에 볼록하게 담아 놓습니다. 




 

  고명을 올려 완성하기 
  이제 만들어 둔 오미자 물을 면에다 부어줍니다. 배를 꽃 모양으로 썰어서 고명으로 올려주면 화면이 완성인데요. 취향에 맞춰 깨끗이 씻은 꽃잎이나 잣을 올려도 되죠. 화전과 함께 즐기면 화면의 싱그러움은 배가 된답니다. 계절을 맛으로 표현해본다면 봄은 새콤달콤한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면에서 느낄 수 있는 시큼하고 달큼한 오미자의 맛은 봄이 우러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완연한 봄은 또 언제 떠나갈지 모르는 손님인데요. 여러분의 입속에도 잠시 봄이 머무르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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