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곳곳에 적혀있는 기념일들. 그 조그마한 글자가 달력에 남기까지 수많은 역사가 있어왔는데요. 이번 학기 사회부에서는 무심히 지나쳤던 기념일을 통해 요즘 사회를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이번주는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물 스트레스 국가'인 한국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오늘 아침,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하진 않았나요? 우리나라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요? 수자원이 부족해진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다 같이 달력으로 사회를 넘겨보겠습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일 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은 295L. 하지만 유엔난민기구는 이 수치의 약 1/40인 7L를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물의 양이라고 말한다. 7L만으로 살아보는 하루는 어떨까?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사회부 김예령 기자(김 기자), 이서정 기자(이 기자), 정유진 기자(정 기자)가 7L로 하루 살아보기에 도전했다.

  물 쓰듯 물을 썼었다
  김 기자는 아침부터 화장실에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르바이트에 가야 하는 데 전날 머리를 감지 않아 엉겨 붙은 머리 때문이었다. 사람이 15분간 샤워할 때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물의 양이 180L라 하니 더 고민이 됐다. 고심 끝에 그는 사회적 체면을 위해 머리 감기를 강행했다. 평소보다 샴푸를 적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500mL 용기로 아무리 물을 부어도 거품이 씻기지 않았다. 화장실에서만 3L를 사용한 김 기자는 오늘은 더 못 씻을 거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온 정 기자는 아침밥을 먹을지 말지 결정을 못 내린 상태였다. 결국 물을 아끼기 위해 아침을 포기한 그는 점심이 돼서야 김치볶음밥을 먹기로 했다. 나무 도마 위에 김치를 썰자 도마에 금세 빨간 물이 들었다. 프라이팬에 바로 잘라 넣을 걸 후회가 됐다. 도마에 김칫국물이 배기 전에 설거지해야 했기에 소중한 1L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습관대로 하다가 ‘아차’
  시리얼로 배를 채운 이 기자는 허기진 속을 커피로 달래고자 밖으로 나섰다. 습관적으로 마셨던 아메리카노지만 이 한잔에 들어가는 물의 양을 생각하자 아찔해졌다. 그는 결국 커피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 낮잠을 청했다.

  한편 김 기자는 친구와의 약속으로 카페를 향하고 있었다. 가장 작은 사이즈를 고르겠다 마음먹고 들어간 카페에는 친구가 그를 위해 미리 시켜둔 점보 사이즈 음료가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원망이 뒤섞인 채 김기자는 600mL 음료를 들이켰다. 머릿속에선 남은 물을 계산하느라 정신없었다.

  음료를 마시다 손이 끈적해진 김 기자는 서둘러 카페 화장실로 향했다. 무의식적으로 수도꼭지를 튼 그는 곧바로 ‘아차’ 했지만 적어도 4초는 흐른 뒤였다. 수도 꼭지를 1분 동안 틀었을 경우 사용하는 물의 양은 약 6L이다. 4초를 사용했으니 최소 400mL의 물을 사용한 셈이다. 그는 습관이 무섭다고 생각하며 터덜터덜 자리로 돌아갔다.

  오늘‘만’이었기 때문에
  저녁 식사를 앞둔 세 기자는 또 고민에 빠졌다. 김 기자는 3L, 정 기자는 3.5L, 이 기자는 4L 정도가 남아 있었다. 정 기자는 점심으로 먹고 남은 김치볶음밥과 과일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정 기자는 평소 흐르는 물에 과일을 꼼꼼히 씻지만, 오늘은 1mL가 아까운 상황이라 냄비에 1L 정도의 물을 받았다. 식초를 풀어 토마토를 담그니 물로 씻을 때보다 깨끗했다. 또 한 번 불필요한 물을 사용하고 있었음을 반성했다.

  이 기자는 그날따라 마라탕이 너무 먹고 싶었다. 하지만 마라탕에 들어갈 야채를 씻는데 얼마나 많은 물이 사용될지 어림잡아보니 한숨만 나왔다. 결국 집에서 김치찌개를 해 먹기로 한 그는 물 1L를 사용해 찌개를 끓였다. 설거지하는데 평균적으로 사용되는 물의 양은 100L 정도다. 그러나 그에겐 3L 남짓만이 남아 있는 상황. 그래도 냄비의 김칫국물을 그대로 둘 수는 없어 대강 헹궈내고 본격적인 설거지는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이 기자는 7L로 하루를 살아냈다는 뿌듯함보단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샤워나 설거지, 빨래 등 많은 일을 내일로 미뤘기 때문에 오늘을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햄버거 하나 속 2393L
  7L로 겨우겨우 하루를 보낸 세 기자.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 200mL만으로 세수를 하고 500mL로 끼니를 해결한다면 충분히 물을 절약하게 되는 걸까? 답은 ‘아니오’다. 우리가 살면서 사용하는 모든 것에는 ‘물발자국’이 남기 때문이다.

  물발자국은 제품의 원료, 제조, 유통, 사용과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사용량을 의미한다. 커피 한 잔의 물발자국은 130L에 이르고, 햄버거는 2393L, 스테이크는 무려 15000L 정도가 사용된다. 이 기자가 먹었던 김치찌개는 표면적으로 1L의 물이 사용됐지만, 150mL의 남은 찌개 국물을 정화하는데는 무려 600L의 물이 필요하다. 물발자국을 고려했다면 김치찌개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일상 곳곳의 물발자국을 생각한다면 애초에 7L로 하루를 사는 건 실패가 예견된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 기자는 도전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물의 소중함을 알았기에 이번 도전이 의미 있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물을 아끼면서 무의식적으로 물을 낭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칫솔질을 하며 물을 틀어놓고 있는 당신도 그 물부터 끄는 건 어떨까. 당장 사용할 물이 없는 미래, 우리가 곧 마주해야 할 내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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