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문 근처에 위치한 윤동주 문학관은 버려진 물탱크를 개조해 만들었다. 문학관 내부 중앙에는 그의 생가터 근처에서 가져왔다는 우물이 자리하며, 거대한 우물이 또 다른 우물을 품고 있다. 물이 담겨 있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채 긴 세월을 버텨낸 거대한 물탱크가 주인을 잃고도 스스로의 생명을 키워간 동주의 작품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동주가 우물에서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를 보았듯이, 그곳에 가면 우리도 나의 내면과 마주할 기회를 갖게 된다.

  이곳을 처음 방문했던 때 받았던 거대한 충격을 지금도 기억한다.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버려진 콘크리트 물탱크에 동주의 우물을 넣고, 그의 이야기를 담아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이는 누구였을까. 오래된 것은 치워버려야 하고, 낡은 것은 고루하다는 고정관념을 부숴버린 물탱크를 마주하면서 모든 것을 품고 묵묵히 세월을 견뎌온 것에 대한 경외심으로 한동안 문학관을 우러러보았다. 

  지난 제1979호 중대신문에는 노량진 하수박스가 문화역사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을 예고했다. 주요한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닌 하수박스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존을 넘어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일반인들이 그 오래된 역사와 의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가 함께 있어야 한다. 중대신문은 그동안 학교 주변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 기사 역시 그것의 일환이다. 이제 사실만을 보도하는 신문을 넘어 다른 지역의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새로운 우리 마을의 콘텐츠를 제안하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흑석에서 잔뼈가 굵은 우리가 마을을 아끼는 방법일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고 살피며 새로움을 제안하는 역할까지 기대한다.

한승우 교수
다빈치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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