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양심에 발등 찍혔다. 대학본부는 학생이 양심을 지키며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윤리서약서를 도입했지만 학점에 눈멀어 양심을 파는 사례가 속속들이 드러났다.

  그간 대학본부는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 예방책으로 양심을 제시했다. 백준기 교학부총장(첨단영상대학원 교수)은 지난 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부정행위를 막는 방법은 부정행위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라며 양심을 강조했다. 중간고사를 앞둔 10월 12일 2020 CAU 리더스포럼 후속 총장단 간담회에서 류덕현 교무처장(경제학부 교수)은 “지난 학기 타대에 비해 부정행위 사례가 적었다”며 자랑스러움을 표했다. 이어 윤리서약서와 무감독 제도를 운용하는 서구 명문대를 설명하며 “학칙을 개정해 윤리서약서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기대가 무색하게 부정행위가 속출했다. 화상강의 플랫폼 줌(Zoom) 감독에도 대놓고 부정행위를 저지르는가 하면 줌을 나간 사례도 있었다. 대학별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시험 대체 과제 정답을 공유하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비대면 시험 악용에 무관용 처분으로 대응하며 혼란을 잠재울 수는 있으나 집 나간 양심을 회복할 길은 여전히 묘연하다.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합리적인 생각을 거쳐 옳다고 판단하면 행동하라는 뜻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동안 일말의 수치심도 느끼지 못했는가. 유혹에 붙들려 자행한 부정행위가 옳은 행동인가. 이제 의와 참은 죽은 정신이다. 대학 구성원 간 신뢰를 한 학기만에 깨버리다니 통탄할 일이다. 새까만 양심의 대가로 중앙인은 지식인으로서 책임감을 잃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