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사진은 1994년 터방내 일대. 오른쪽 사진은 지난달 31일 모습. 주변 상가는 바뀌었지만 터방내는 20년이 넘어도 그대로다.
왼쪽 사진은 1994년 터방내 일대. 오른쪽 사진은 지난달 31일 모습. 주변 상가는 바뀌었지만 터방내는 20년이 넘어도 그대로다.

중앙대가 위치한 흑석동에는 수많은 가게가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시간 중앙대가 변화한 만큼 여러 가게가 생겼고 몇몇 가게는 추억 너머로 사라지기도 했다. 이번주 백과사전은 수십 년간 중앙대와 함께한 안동장, 수목식당, 터방내 이야기를 담아봤다.

  졸업생이 꾸준히 많이 찾는 중국집인 ‘안동장’은 1960년부터 수많은 학생이 다녀갔다. 중앙대병원 앞 골목에 위치한 3층 건물 전체가 그 주인공이다. 동아리 회식, 신입생과 선배의 만남, 학생과 교수와의 식사가 59년 동안 수없이 안동장을 거쳐갔다.

  최휘성 학생(역사학과 3)은 “동아리 활동하면서 높은 기수 선배가 오면 무조건 회식 자리는 안동장이었다”며 “그만큼 중앙대에서 중국집 하면 안동장이라고 할 만큼 유명한 곳이다”고 말했다. 중앙대 재학 시절 안동장에 자주 오다 졸업 후 가족을 데리고 다시 찾는 동문도 있었다. 신진환 학생(경영학부 2)은 “중앙대에 합격한 후 중앙대 출신인 할아버지의 추천으로 가족끼리 식사하러 안동장에 처음 왔었다”고 말했다.

  재개발로 이전하기 전 흑석시장과 현재 흑석시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도 있다. ‘라제비(라면+수제비)’와 콩국수로 유명한 ‘수목식당’이다. 현재 흑석시장 골목 안쪽에 위치한 수목식당은 예전 위치에서 26년, 지금 가게에서 13년 총 39년 동안 흑석시장에 자리하고 있다. 중앙대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도 인기가 많아 2016년 유명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숙희 사장(57)은 식당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비결로 옛날 방식대로 제조해 변함없는 맛을 꼽았다.

  그는 수목식당이 희로애락이 담긴 가게라고 소개했다. 중앙대 학생부터 지역주민과 중앙대 병원 이용자까지 모두 찾아오기 때문이다. 재개발 사업으로 흑석동을 떠난 손님도 꾸준히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김숙희 사장은 “유동인구가 적은 흑석동의 특성상 중앙대와 중앙대 병원 덕분에 여태까지 가게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조금 거리가 있는데도 자주 찾아주는 학생들이 고맙다”고 전했다.

  선배가 아끼는 후배에게만 알려준다는 오래된 카페도 있다. 일반적인 카페와 달리 지하에 위치한 ‘터방내’가 그 주인공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클래식 음악으로 특유의 느낌을 가진 터방내는 1983년부터 중앙대 학생과 함께했다.

  강정희 사장은 쉽게 보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터방내의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터방내 커피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지 않고 사이폰 추출 방식을 사용해 본연의 맛을 잘 전달한다. 커피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원두와 잔도 종류가 많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신경 쓴 커피로 터방내는 탄탄한 매니아층을 자랑한다. 터방내 단골손님인 민현기 자연대 학생회장(물리학과 4)은 “군대에 있을 때도 터방내 커피가 생각나 휴가 때 커피를 마시러 왔다”며 “날마다 끌리는 커피가 다르지만 아이리쉬와 알렉산더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벽을 가득 메운 낙서는 터방내를 찾은 학생들의 수십 년간 흔적이 담겨 있다.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손님, 입소문을 듣고 새롭게 찾아온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강정희 사장에 따르면 터방내 알바생으로 일하다 중앙대 교수가 돼 다시 찾아온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은퇴 교수들의 ‘터방내 모임’을 꼽았다. 이들은 매일 같이 터방내를 방문했고 은퇴 이후에도 모임까지 만들어 두 달에 한 번씩 찾아온다고 한다. 강정희 사장은 “터방내를 처음 인수할 당시는 이렇게까지 오래하게 될 줄 몰랐다”며 “매일 같이 찾아주시는 교수와 학생을 봐서라도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해서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