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말 우리는 세계사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현직 대통령 권한으로 지난 22일 수감 2년
여만에 특별 사면.복권되었다. `국민 대화합과 지역갈등의 해소'라는 명제를
달고 이들의 특별사면과 복권이 이루어 졌지만 모든 이들이 이를 달갑게 받
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사면.복권이 가해자와 피해자로서, 전.노 전
직대통령과 양심수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TV를 통해 보여지던 전두환 전직대통령은 매우 당당한 모습이었다.
석방소감에서도 과거 역사와 국민앞에서 저지른 죄과는 씻어질 수 없다는 것
을 모르는 듯 했다. 사죄의 말이 나올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
버렸고`내란 및 반란수괴'로 무기징역을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는당당했다. 반면에 과거정권에 의해 가족을 잃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
회 가족들의 오열은 끊이지 않았고 카톨릭인권위원회 등 수 많은 인권단체들
의 항의도 계속 이어졌다. 이처럼 뚜렷한 색채로 대조를 보이는 장면은 그대로
TV를 통해 전달되어 국민들에게 묘한 감정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도 잠시 `국민대화합과 지역갈등 해소'라는 명분에 사그러 들었고 결국 그들
의 목소리는 외면당해야 했다. 현재 전국의 교도소에 수감중인 장기수와 양
심수의 숫자는 9백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땅의 수 많은 젊은이들이 젊은날
을 차디찬 감옥에서 보내고 있으며, 나이들어 병든 사람들은 독방에서 조용
히 지내온 삶을 되돌아 보며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9백여명에
이르는 양심수와 장기수들이 이렇게 `국민대화합과 지역갈등 해소'라는 명제
앞에서 그들이 지켜온 양심을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금전적인, 물리적인 보상이 아니라 지금까지 지켜온 양심의 보
상을 받기를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2년전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그동
안 지켜온 양심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길 기대했다면 양심수를 바라보는 우
리들의 바램이 너무 무리였을까. 그렇다면 헌정사상 최초로 정권이 교체된
이시기에 이제는 그들 자신이 지켜온 양심에 대해서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이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발상쯤으로 생각해야 될
것인가.차기집권당 대변인이 양심수 문제에 대해서 `차기정권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듯이 이는 더 이상 미루어질 수 없는 당면과제이다. 이제 바
른 양심을 보듬고 수많은 날들을 차디찬 감옥에서 보내는 양심수들을 더이상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고통받고 있는 양심수에 대한 조속한 사면으로 마
저 남은 `국민대화합'을 이루어야 한다.

<정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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