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명작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인생이 담겨 있다는 점인데요. 어쩌면 우리네 삶은 하나의 각본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주 ‘캠퍼스를 거닐며’에서는 중앙인이 감명 깊게 본 작품을 통해 인생이라는 무대를 엿보려 합니다.
 
 

“심장이 쿵쿵거리는 두근거림을
알게 해줘서 행복해요”
  박시온 학생(좌측, 간호학과 3), 이승준 학생(우측, 경영학부 2)
-안녕하세요. 두 분 혹시 연인이신가요? 다정해 보여요.
시온: “아뇨아뇨! 고등학교 친구예요!”
승준: “헉. 제가 어딜 봐서 이 친구랑 사귀어요? 전혀 아니에요!”

-앗, 죄송합니다. 혹시 서로에게 추천하고 싶은 인생작품이 있나요?
시온: “저는 <지킬 앤 하이드>란 뮤지컬을 추천하고 싶어요. 제가 뮤지컬 배우 홍광호님을 엄청 좋아하는데 그분을 처음 만난 뮤지컬이거든요. 홍광호님 덕분에 ‘뮤지컬 덕후’가 됐죠.”
승준: “네가 뮤지컬 좋아하는 건 유명하지. 저는 <Stupid Fucking Bird>라는 연극이 제 인생 작품이에요.”

-언제 처음 봤나요?
시온: “중학교 3학년 때 혼자 봤어요. 뮤지컬은 푯값이 비싸다 보니 다른 친구에게 선뜻 보러 가자고 말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승준: “저는 두달 전 처음으로 <Stupid Fucking Bird>를 봤어요. 중학교 선배가 주연으로 나온다고 해서 보러 갔었죠.”

-어떤 부분에서 감명받았는지 궁금해요.
시온: “지킬박사가 약물 실험을 하면서 악마로 변하는 장면이요. 착한 마음과 나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음색과 가면이 바뀌는 점이 감명 깊었죠. 배우가 완전히 상반된 감정을 잘 표현했거든요.”
승준: “연극 마지막에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Stupid Fucking Bird!’ 하면서 화를 내는 장면이 있어요. Bird가 극 중에선 갈매기예요. 여주인공이 갈매기를 잡아 달라고 해서 남주인공이 힘들게 잡아줬더니 굳이 왜 잡아 왔냐고 따지면서 화를 내죠.”
시온: “여주인공의 속뜻은 그게 아니었는데 남주인공은 그대로 받아들인 거구나. 갈매기를 진짜 잡아달라는 사람이 어딨어. 비유해서 말한 거지.”

-공연을 보고 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승준: “‘사랑을 할 때는 속뜻을 잘 파악해야겠구나’라고 느끼고 열심히 연애를 배우고 있죠. 그리고 제가 연극을 잘 안 보는데 이제는 연극에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시온: “저도 승준이랑 비슷해요.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본격적으로 뮤지컬을 좋아하게 됐거든요. 인생이 더 풍부해진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승준: “역시 우린 쿵짝이 잘 맞아.”
시온: “그래서 우리가 친구 인가 봐. 죄송해요. 저희가 가끔 이렇게 딴소리를 많이 해요.”

-두 분이 친해 보여서 좋은걸요. 그럼 그 공연이 인생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시온: “홍광호님의 뮤지컬 넘버를 들을 수 있어서요. ‘지금 이 순간’ 같은 그분의 뮤지컬 넘버를 들으면 기분 좋은 떨림이 오거든요. 심장이 쿵쿵거리는 두근거림을 알게 해줘서 행복하죠.”
승준: “<Stupid Fucking Bird>에서 Bird가 갈매기지만 이상을 의미하기도 해요. 제 꿈은 CEO거든요. 이상, 즉 꿈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작품이어서 인생작품으로 뽑았어요.”
 
 

“학창시절과 아버지 생각이 날 때
이 영화가 떠올라요”
    박진수 학생(신문방송학부 3)

-혹시… 영화 좋아하시나요?
“네. 저는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하면서 리얼한 영화가 좋아요.”

-잘 상상이 안 가요. 어떤 영화인가요?
“<바람>이라는 영화가 떠오르네요. 두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들어서 감명 깊었거든요.”

-두 번 보셨다고요?
“고등학교 2학년과 대학교 2학년 때, 이렇게 두 번 봤어요. 처음 봤을 때는 마냥 즐거웠는데 두 번째에는 눈물을 흘리며 봤죠.”

-고등학생 때는 어떤 점이 재밌었나요?
“아무래도 학창시절을 담은 영화여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영화에 나온 ‘그라믄 안돼~’ 같은 대사를 친구들과 성대모사 하면서 놀았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그런데 대학생 때는 눈물을 흘리셨다고요?
“고등학생 때 영화를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서 다시 한번 찾아봤어요. 처음엔 재밌었죠. 그런데 클라이맥스가 되자 눈물을 엄청 흘렸어요. 주인공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병을 앓게 된 장면이었죠. 대학생이 된 후로 한 번도 운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아버지가 건강하시지만 그 시기엔 많이 아프셨거든요. 아버지가 힘없이 누워 계시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같은 영화지만 상반된 감정을 느끼셨네요.
“맞아요. 그래서 학창시절이 그리워지거나 아버지 생각이 날 때 이 영화가 같이 떠올라요.”

-세 번째로 보면 또 어떤 느낌이 들까요?
“지금 다시 보면 고등학교 생각이 더 많이 나서 재밌을 거 같네요. 군대를 다녀오고 보니 영화 속 ‘몬스터’라는 조직에 집착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찌나 부질없게 느껴지던지….(웃음)”
 
 

“잠시 다른 세계에 머물 수 있어요”
    이경민 학생(경제학부 1)
 
-살면서 본 많은 작품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건 뭔가요?
“고3 수험생 시절 언니와 보러 갔던 <빨래>라는 뮤지컬이 가장 인상 깊네요.”

-어떤 계기로 보게 됐나요?
“어느날 갑자기 뮤지컬이 보고 싶어졌어요. 시험공부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었거든요. 언니에게 말했더니 <빨래>라는 뮤지컬을 추천해줘서 같이 보러 갔죠. 힘든 수험 생활에 큰 위로가 됐어요.”

-<빨래>는 어떤 작품인가요?
“소외계층의 일상을 다룬 이야기에요. ‘걸어놓은 빨래가 바람에 휘날리듯 걱정도 바람에 날려 보내는 거야’라는 노래와 함께 등장인물이 빨래를 하면서 시름을 털어버리는 뮤지컬이죠.”

-걱정 많은 수험생 시절이라 노래가 더욱 와 닿았겠어요.
“맞아요.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모두 다르잖아요. 등장인물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위로를 많이 받았죠. 제가 눈물이 많은 편이라 눈물방울을 뚝… 떨어트리면서 봤어요.”

-대학 입학 후에도 뮤지컬을 자주 보시나요?
“집과 대학로가 가까워서 연극이나 뮤지컬을 자주 보러 가요. 잡념이 많아져서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가곤 하죠.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때면 잠시 다른 세계에 머무르는 것 같거든요. 고민을 잠깐 잊게 해주는 탈출구 역할을 한달까요. 그래서 시험 기간에 자주 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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