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변화구로
마운드를 지키는 작은 거인

군산상고가 7-5로 앞선 9회 말. 경기 종료까지 한 명의 타자만을 남겨두고 있다. 투수와 타자 사이에 치열한 수 싸움이 이어진다. 직구인가, 변화구인가. 투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공을 던졌다. 궁지에 몰린 타자는 있는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공은 포수의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경기장에 우렁찬 함성과 함께 선수들이 뛰쳐나왔다. 전국체육대회 야구부문 고등부(전국체전) 우승컵이 주인을 찾아가는 순간이었다. 우승컵을 뒤로하고 중앙대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김진수 선수(스포츠과학부 1)의 이야기를 담았다.

  -입학을 축하한다. 고등학교 때와 훈련 환경이 많이 바뀌었을 텐데.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체계적으로 훈련 일정을 관리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중앙대에 입학하기 전에는 즉흥적으로 훈련을 하다 보니 일정이 불안정할 때가 많았거든요. 요즘은 감독님이 짜주시는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고 있어요. 스케줄만 지키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죠. 언제 훈련이 있을지 몰라서 일정을 잡지 못하고 학교에 갇혀 살았던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해방감마저 들어요.(웃음)”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없었나.
  “많죠. 13년 동안 야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고등학교 1,2학년 때였어요. 제 체구가 야구 선수 치고는 작은 편이잖아요. 그래서 고등학교의 첫 2년 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했던 점이 아쉬워요. 열심히 훈련했고 스스로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참 힘든 시기였네요.”

  -그랬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했나.
  “아쉽기는 했지만 감독님의 판단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어요. 투수의 실수는 곧 실점으로 이어지니까요. 그래서 3학년 때는 더 많이 노력했어요. 느린 구속을 보완할 수 있도록 변화구를 더 날카롭게 다듬고 타자와의 수 싸움에 신경을 많이 썼죠. 결국 감독님이 제 노력을 알아주셔서 전국체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출전할 수 있었어요.”

  -전국체전에서 모든 경기에 등판했다고 들었다.
  “지난해 가을이었죠. 결승전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네요. 사실 그날 등판할 줄 모르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몸을 풀고 있으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중요한 경기다보니 갑작스럽게 출전하기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감독님이 저를 믿고 마무리 투수로 세워 주신만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동안 경기에 서지 못하고 마음 고생하던 걸 한순간에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다행이다. 당시 경기는 어땠나.
  “실점을 하기도 했지만 동료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얻어서 이길 수 있었어요. 특히 9회 말이 정말 짜릿했죠. 투 스트라이크 원 볼이었을 거예요. 스트라이크를 하나만 더 얻으면 이기는 상황이었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타자의 방망이가 헛돌아갔어요. 꼬박 1년을 준비한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거머쥔 순간이었죠. 그렇게 마지막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동료들이 뿌려주는 시원한 물을 맞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저를 믿어주신 감독님의 기대에도 부응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죠.”

  -중앙대 야구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1학년인 만큼 선배를 뒷받침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요. 그리고 중앙대 야구부의 우승에 기여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 개인적으로는 방어율 1점대의 투수가 되고 싶어요. 힘든 목표죠. 그렇지만 저는 빠른 공으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니까 삼진보다는 낮은 방어율에 욕심이 나네요. 모든 타자를 제 힘으로 잡을 수는 없잖아요. 저는 팀의 수비를 믿으면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최소한의 점수만 내주면서 효율적으로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어요.”

  -프로에 간다면 어떤 팀에서 어떤 선수로 뛰고 싶나.
  “프로라. 꿈만 같은 무대죠. 저는 두산 베어스에서 선발투수로 뛰고 싶어요. 더 많은 공을 던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두산 베어스는 투수 선수층이 두터워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꼭 이루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 연습해서 어디에서든지 선발투수로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거예요.”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체격적인 조건으로 힘들어하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요. 저는 중앙대 야구부 선배인 유희관 선수에게서 희망을 얻었어요. 지난해 입시가 끝나고 유희관 선수가 공을 던지는 장면을 봤거든요. 체격조건이 탁월하지 않은데도 프로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유희관 선수를 보면서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계기가 됐어요. 저도 저만의 장점을 키워내면 프로에서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 희망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부모님께 효도도 꼭 하고 싶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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