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도 벌써 끝자락에 다다르고 있다. 저녁이면 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상쾌한 기분이 든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이 끝나가는 것을 보며 올해도 4개월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곧 ‘2017’이라는 낯선 숫자를 맞이해야 할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설레면서도 조금은 서글퍼진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나이는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라고 말한다. 결국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는 소리다. 나는 지금 21km/h다. 21km/h로 달려가고 있는 시간은 나의 예상보다 조금은 빨랐고 이미 21살이 절반 이상 지나가 버렸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다’는 말이 있지만 때때로 시간은 화살뿐 아니라 빛보다도 더 빠른 것만 같다. 그래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해 나는 항상 후회가 남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비단 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시간을 아까워할 것이다.
 
  1학년 여름방학 동안에는 피아노 학원을 두 달 정도 다녔었고 겨울방학에는 생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봤다. 그리고 얼마 전에 끝난 나의 2학년 여름방학 때에는 계절학기를 다녔고 영어 학원, 동아리 활동을 했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 나중에 아쉽지 않도록 꽉꽉 채워 넣었던 나의 흔적들이다. 피아노는 여전히 잘 치지 못하고 계절학기 수업은 원하는 만큼 점수를 받지 못한데다가 영어학원은 시험조차 접수해 놓지 않은 상태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방학이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방학 중 무엇인가를 했다’라는 생각 때문이 아닌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하고 용돈도 조금씩 모아가며 방학 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참으로 달콤하다. 더욱더 많은 사람이 이런 달콤함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조금만 솔직해지자면 나의 경우에는 방학 때 한 일이 나의 얼마 되지 않는 대학생활의 전부이다. 그래서 더욱 방학 동안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었다. 이런 내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잘 채워나가 보고 많이 경험해보자 말하고 있다는 것이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이 글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이번학기는 기숙사 밖으로 나가서 좀 더 활동적인 삶을 살아보자는 그런 메시지다. 속절없이 흘러만 가는 나의 청춘이 너무나 아까우니까.
 
  2년이 지나면 아마 취업이라는 벽에 부딪혀 새로운 것에 도전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 돌이켜 보았을 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고 후회되는 것이 있더라도 더욱더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그 시절 그 기억이 반짝거리는 기억으로 추억될 수 있도록 움직이자고! 지금 여기는 대학이다. 다들 원하는 것을 하고자 왔고 대학이란 단어와 세트로 항상 같이 다니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청춘이다. 우린 아직 20~29km/h로 달리고 있을 뿐이다. 우린 아직 청춘이다.
김지혜 학생
화학신소재공학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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