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가만히 있어도 얻어지는 권리란 애초에 없었다. 총여학생회(총여)는 지난 1985년 출범한 이래 여학생들을 대표하는 독립기구로 ▲반성폭력 회칙 ▲여성주의 강의평가제 ▲생리공결제 등을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찬란했던 학내 여성주의 운동은 현재 위기다. 지난 2014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의결로 서울캠 총여가 폐지된 것이다. 총여가 폐지된 후 2년. 총여의 출범부터 폐지되기까지의 역사를 짚어봤다. 또한 총여가 폐지된 이후 학생 자치의 영역에서도 자취를 감춘 여성들, 존재하긴 하지만 그 의미가 변화한 안성캠 총여의 실태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총여 존폐의 역사
1. 1997년 제13대 안성캠 총여학생회는 수상무대에서 해오름제를 진행했다. 2. 1997년 3월 27일 안성캠 총여학생회 선거 개표 모습. 3. 1987년 3월 16일 해방광장에서 총여학생회 발대식이 열렸다.
 
  여학생의 주체성과 권익이 침해받았던 역사가 있었다. 1970년 전체 대학생 중 여성은 약 1/4에 불과했다. 또한 1980년대 대학 내 민주화 투쟁의 활성화로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가 형성되면서 학내 여성의 입지는 미약했다.

  이에 여성은 대학사회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학도호국단이 폐지된 이후 총학생회(총학)가 부활한 1985년,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 끝에 제1대 서울캠 총여학생회(총여)가 출범했다. 제1대 총여는 송혜경 동문(영어학과 82학번)이 회장직을, 고인숙 동문(교육학과 83학번)이 부회장직을 맡았다. 이들의 목표는 오직 ‘여성의 주체성 회복과 권익 옹호’였다.

  이러한 총여의 기조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2000년 제15대 안성캠 총여는반성폭력 학칙 제정을 이뤄냈다. 서울캠도 2005년 반성폭력 회칙이 통과됐다. 서울캠 반성폭력 회칙은  2003년 학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각종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됐다.

  지난 제20대 서울캠 총여는 학내외 각종 사회적 현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며 성차별을 근절하고자 노력했다. 이런 노력은 ▲국가보안법 폐지운동 ▲학내 교육 투쟁 ▲여성의 날 기념행사와 여성주의 세미나 개최 등 사회 참여형 사업 및 여성주의 운동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19대 서울캠 총여는 여성주의 강의평가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총여의 성격은 200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바뀌었다. 생리공결제 시행 등 학내 여성 복지에 중점을 둔 공약을 주로 내세운 것이다. 이는 학내에 만연했던 성차별이 일정 부분 완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2011년 서울캠 제24대 ‘우리’ 총여는 ▲여자화장실 생리대 자판기 설치 사업 ▲여자휴게실 시설 정비 등을 추진하며 여성의 복지 증진에 힘썼다.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던 총여는 2009년부터 오랫동안 공석 상태가 지속됐다. 2009년 이후 2011년을 제외한 2014년까지 후보자가 나오지 않거나 투표율이 부족해 총여가 구성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2012년과 2013년엔 총학과 각 단대 소속 여성국장으로 구성된 임시기구인 ‘여성연대협의회’가 총여의 빈자리를 채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2013년 제25대 서울캠 총여 선거가 무산되자 여성연대협의회도 해산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중앙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총여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최근 총여는 복지 공약을 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역할은 총학 산하기구에서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2014년 1학기 ‘서울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서울캠 제56대 ‘마스터키’ 총학은 총여의 특별자치기구(특기구)화 안건을 상정했다. 당시 마스터키 총학은 ‘총여의 활동은 대부분 총학에서도 담당할 수 있고 학내 성폭력 문제는 학내 인권센터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맡을 수 있다’며 총여 폐지의 이유를 제시했다.

  결국 전학대회에서 총여의 폐지안이 통과됨에 따라 총여의 역할을 대신할 ‘성평등위원회(성평위)’가 총학 산하의 특기구로 신설됐다. 이로써 29년간 명맥을 이어오던 서울캠 총여의 역사는 2011년 우리 총여를 마지막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성평위는 총여가 아니다
  그렇다면 성평위는 과거 총여가 맡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서울캠 총여가 폐지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성평위는 다양한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 보인다. 총여와 성평위는 ▲조직 구성 ▲표방 가치 ▲사업 범위 등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총여가 총학의 산하기구가 아닌 동등한 위치의 학생 자치 기구였다면 성평위는 ▲문화위원회 ▲인권복지위원회 ▲졸업준비위원회와 함께 총학 산하의 특기구로 존재한다. 선출직으로서  대표성을 확보한 기존 서울캠 총여는 별도의 총여학생회칙을 두는 등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했던 것에 비해 성평위는 총학의 산하기구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운영은 어려운 상태다.

  제3대 성평등위원회 권민지 위원장(사회복지학부 3)은 “서울캠 학생지원팀이 총학으로 예산을 부여해주면 총학이 특기구에 예산을 배정해준다”며 “예산 규모는 총학생회칙에 명시돼 있지 않아 총학이 임의대로 배정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평등위원회의 예산 규모는 약 230만원이다.

  표방하는 가치에도 차이가 있다. 총여가 주로 ‘여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성평위는 여성뿐 아니라 성 소수자를 위한 활동도 기획하고 있다. 이는 성평위가 지난해 추진한 ▲퀴어 이론 및 동성가족 등에 대한 오픈 세미나 ▲SNS를 통한 젠더늬우스 연재 ▲가족 다양성 전시회 및 강연회 등의 주요 사업에서 나타난다. 올해도 성평위는 지난해와 유사한 일상 사업과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중앙대 페미니스트&퀴어 공동체인 ‘FUQ’와 연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의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처럼 성평위는 과거 총여에 비해 더 넓은 범위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성평위의 활동 범위에 비해 권한과 지위, 예산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내실 있는 활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제2대 ‘씨:리얼’ 성평등위원회에서 활동한 박서희 학생(문헌정보학과 3)은 “산하기구라는 점에서 활동의 정당성이 부족하고 독립기구가 아니므로 발언권 또한 적을 수밖에 없다”며 “성평등을 실천하기 위해선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하는데 성평위에겐 그만한 힘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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