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매주 토요일마다 몇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기사에 실린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팩트 체크(Fact-Check)’입니다. 기사의 생명은 사실성이기 때문에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죠.

  지난 16일부터 27일까지 제58대 서울캠 총학생회 재선거의 선거운동이 진행됐습니다. 양 선거운동본부(선본)는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각자의 정책자료집을 전달하고 수업 시작 전에는 강의실 단상에 서서 큰 소리로 공약에 대한 포부를 밝혔죠.

  공약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요소이며 앞으로의 중앙대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따라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검토하고 중앙대의 현재 상황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합니다. 공약에 대한 일종의 팩트 체크가 필요한 것이죠. 하지만 기자는 몇몇 지점에서 양 선본이 제대로 된 팩트 체크를 하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제시된 공약 중 하나인 ‘중간고사 이후 강의 피드백 진행’은 이미 2010년 2학기부터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학기 중에 학생들의 강의 피드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였죠. 이는 중앙대 홈페이지 ‘CAU NOTICE’에 게재된 사항으로 클릭 몇 번이면 알 수 있는 사항이었습니다.

  수강신청 일정 중 장바구니 수요 조사 기간을 늘리는 공약은 지난 2004년 1학기에 시행됐으나 바로 다음 학기에 폐기됐던 제도였습니다. 수요 조사 기간을 앞당길시 복학예정자와 휴학생의 수요를 함께 파악하기 힘들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는데요. 이 역시 기자가 학사팀에 찾아가 문의했을 때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양 선본 모두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에 학생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선거 결과가 확정되는 날은 오는 29일인데 PRIME 사업 계획서의 제출일은 선거가 끝난 다음날인 30일이었기 때문이었죠. 이미 대학본부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총학생회가 학생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반영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였습니다. 따라서 PRIME 사업 수주에 성공했을 경우, 또 반대로 실패했을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식도 함께 내놨다면 좀 더 현실적인 공약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죠. 

  또한 양 선본의 공약에는 학내 자치언론기구인 ‘녹지’와 ‘중앙문화’에 대한 논의는 빠졌습니다. 두 선본은 지난 23일에 열린 합동공청회에서 녹지와 중앙문화의 공간 문제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탄탄한 팩트에 바탕을 두지 않은 주장은 신뢰성을 얻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학교에 대한 이해와 실현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지요. 양 선본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내건 공약이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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