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6월 6일, 전쟁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만한 작전이 있었다. 바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7월 2일까지 육해공을 망라한 100만의 병력, 57만톤의 물자를 수송시킨 당시 상륙작전으로 미·영 연합군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인 승기를 잡게 됐다.
 
  이 작전의 성공 뒤에는 연합군의 철저한 기밀 유지가 있었다. 기밀 유지를 위해 당시 연합군은 상륙작전을 먼저 알고 있던 언론에 ‘엠바고’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당시 언론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대한 정확한 날짜와 시간까지 알고 있었지만 특종 보도를 포기했다. 상륙작전이 시작되고 ‘6분’이 지난 후에야 언론은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현재 중앙대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앞둔 연합군과 비슷한 전략을 택하고 있다. 중앙대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본부는 기밀 유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연합군 측이 언론에 엠바고를 요청한 것과 같이 대학본부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엠바고를 부탁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주 ‘PRIME사업 학생 설명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를 통해 학생들은 PRIME 사업에 대한 계획을 공식적으론 처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정작 궁금해하는 세부 전공별 인원조정, 인원 감축 후 전공별로 발생할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에 대해선 들을 수 없었다. 학생들이 들은 대답은 ‘대승적 차원에서 중앙대의 미래를 봐 달라’라는 말뿐이었다.
 
  전략이 타대에 노출됐을 시 입을 피해를 우려하는 대학본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핵심 전략인 정원에 대한 세부 조정 계획은 차치하더라도 인원이 감축될 경우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도 학생들에게 제시 됐다면 이같은 반발은 있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학내 구성원들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언론처럼 6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지난해 진행된 ‘학부 학사구조개편’으로 학교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대학본부는 조금 더 학생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었다. 인원조정과 같이 학생들에게 민감한 사안이 포함된 사업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해야 했다. 신중한 접근으로 대학본부는 결국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주 열린 설명회는 학생들이 품은 물음을 모두 해결해 주지 못한 채 끝났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언론은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자발적으로 보도를 미뤘다. 이는 전체주의에 맞서 인류의 평화라는 공동의 가치에 언론들이 충분히 공감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PRIME 사업을 진행하는 대학본부의 태도는 아쉬운 점이 많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구성원들의 무조건적인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충분한 대화 의지를 통해 신뢰를 쌓았어야 한다. 타의에 의한 기밀 유지가 아닌 학생 자발적으로 엠바고를 지킬 수 있게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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