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문화이론가. 강내희 교수(영어영문학과)를 이르는 말이다. 그는 ‘이론가’라 일컬어지지만 지난 교수 생활 동안 연구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많은 활동을 해왔다. 계간지 '문화/과학' 창간과 시민문화운동단체 ‘문화연대’ 창립에 앞장섰다. 그뿐 아니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맑스코뮤날레’ 공동대표 등을 거쳐 현재는 ‘지식순환협동조합’의 대안 대학의 학장을 맡고 있다. 바쁘게 살아왔던 그는 이제 중앙대 29년 교수생활을 내려놓는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이지만 중앙대에 관한 관심과 걱정은 누구보다 크다. 정년퇴임을 맞게 된 소감에서도 그런 그의 면모가 나타났다. “요즘엔 정년퇴임도 귀한 일이죠.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앞으로 교수들의 연구 환경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제12대 교수협의회 의장을 지냈던 그는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에게 더 나은 학교를 남겨주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중앙대는 교원업적평가를 시행하는 데 앞장선 대학교 중 하나다. 그는 이에 대해서 말을 덧붙였다. “교수들은 이제 대학이나 교육감 방침에 따른 연구밖에 할 수 없게 됐어요. 게다가 단기간에 연구결과를 뽑아내야 해서 장기간 연구도 할 수 없죠. 이렇게 다른 대학과의 서열경쟁에 내몰려진 교수들은 일반 회사원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지난해 실형 선고를 받은 박범훈 전 총장 사건을 비롯해 중앙대의 수난을 함께 겪은 그는 중앙대의 행정 처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망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중앙대의 위신을 크게 떨어뜨렸죠. 교수직을 맡으면서 학문과 교육에 희망을 품었지만,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강단에서 내려오면서 많은 제자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는 그. 그중 당돌했던 한 제자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그가 교수로 임용된 지 1년이 됐을 무렵, 18세기 영국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한 학생이 “왜 이걸 가르치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당황스러웠어요. 일단 답변은 해줬지만 그 질문은 교수 생활에 큰 의미가 있었어요. 대학 강의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며 더 나은 강의를 준비하게 된 거죠.”

  학교와 학생들을 향한 이야기는 인터뷰보다 한 편의 강의와 같았다. 이러한 면모가 그를 ‘진보적 문화이론가’라는 칭호를 갖게 해줬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진보적 문화이론가’라고 불리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사람들은 저를 그렇게 부르곤 하더군요. (웃음)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을 ‘한국사회의 진보적 변혁에 관심과 희망을 품고 있는 한 지식인’이라 칭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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