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키와 서글서글한 눈매가 매력적인 한 남자가 있다. “여드름은 질풍노도 청소년기의 전유물인줄 알았다”며 멋쩍게 웃는 그의 웃음이 왠지 슬프다. 그는 ‘켈로이드성 여드름’으로 오랜 기간 고생해왔다. 여드름 자국으로 흉이 저버린 그의 턱 쪽 검붉은 피부보다도 그의 마음은 더 새까맣게 타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화산 폭발이 있기 전에는 이상 징후들이 반드시 나타난다. 소규모의 지진이 일어나거나 동물들이 대대적으로 이동하는 게 그 사례다. 하지만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등장해 우리들을 절망스럽게 하는 손님도 있다. 소리 소문없이 다가와 방문을 두들기는 여드름 탓에 박명순 학생(경영학부 1)은 하루하루가 여드름 대기조다. 여드름이라는 활화산을 안고 살아가는 그와 함께 박귀영 교수(피부과)를 찾았다.
 
 
-여드름의 종류를 알려주세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드름과는 달리 곪거나 부풀어 오른다면 염증성 여드름(화농성 여드름)이고 좀 더 상태가 심각해져 얼굴 전체가 울긋불긋하다면 응괴성 여드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드름은 피부의 홍조를 동반하고 흉터를 남길 수 있는 질병이에요.”
 
 -여드름의 증상이 궁금합니다.
  “여드름이 생기면 염증이 나고 고름이 흘러요. 여드름이 가라앉더라도 피부가 붉어지고 흉터가 남을 수도 있죠. 가벼운 여드름을 잘못 만져 화농성 여드름으로 심화된 환자도 여럿 보았어요. 청결한 환경에서 여드름을 짠다면 괜찮지만 대개 환부를 소독하지 않은 상태에서 짜기 때문에 흉터가 남아요. 특히 코는 자꾸 짜서 모공이 늘어나는 경우가 잦으니 조심해야 해요.”
 
-여드름은 왜 생기는 거죠.
“여드름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4가지에요. 여드름은 여드름 균에 의해 생기지만 과도한 피지 분비나 염증으로 나타나기도 해요. 또한 모공이 막혀버리는 모공 가각화로 여드름이 출현하기도 하죠. 피지가 과도하게 분비돼 모공이 막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피지 분비를 최대한 줄이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성인이 되면 여드름이 사라질 줄 알았어요.
  “여드름은 청소년의 전유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여드름 때문에 고생하는 성인들이 꽤 많아요. 호르몬의 영향이나 과도한 화장품 사용, 혹은 사회생활로 받는 스트레스로 여드름이 유발될 수 있죠. 여드름이 없었던 사람도 성인이 되면서 여드름이 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피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요.”
 
▲ 박귀영교수가 피부 모형을 보여주며 켈로이드성 여드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 동안 병원에 다녔지만 진료를 그만두니 피부가 다시 나빠졌어요.
  “피부는 영구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조직이에요. 유전적으로 여드름이 잘 생기는 기질을 가졌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죠.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까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해요. 바르는 약 또한 장기간 사용이 필요하고요. 명순 학생은 현재 피지가 왕성하게 분비되는 시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피부에 계속 신경써야 할 거예요.”
-여드름 약을 바르면 모공이 넓어진다는 말을 들었어요.
“여드름 약을 바른다고 모공이 넓어지지는 않아요. 간혹 호르몬제인 스테로이드제를 과도하게 바르면 넓어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드물어요. 오히려 모공은 관리가 중요해요. 피부가 늘어지면 기존 피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정말 어렵거든요. 그러니 여드름 약뿐만 아니라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잘 선택해서 바르는 것이 중요해요.”
 
 -병원에서 켈로이드성 여드름이라고 진단을 받았어요.
  “피부에 붉은 기가 감돌고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며 단단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켈로이드성 여드름이에요. 얼굴 말고도 다양한 신체 부위에 생기죠. 가족력에 의해서 켈로이드성 피부를 지니게 되는 사람도 있지만 후천적인 경우도 많아요.”
 
  -완벽한 치료가 불가능한가요.
  “켈로이드성 여드름은 치료를 아무리 잘해도 깨끗한 피부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요. 그러나 최근 주사치료로 피부를 평평하게 만드는 치료법이 생겼어요. 스테로이드 주사라고도 하는데 여드름 부위에 직접 주사를 놓는 거죠. 주사치료 이후 붉은 기가 남아 있는 피부는 v빔이나 혈관 레이저 치료로 개선할 수 있고요.”
 
▲ 여드름 주사 치료를 받고 있는 박명순 학생.
 -저는 주로 턱쪽에 여드름이 나는 편이에요.
  “사춘기 시절에는 여드름이 이마나 코, 양측 볼과 같은 T존 부위에 많이 생겼을 거예요. 하지만 성인이 되면 턱과 같은 U존에 여드름이 많이 나죠. 성별에 따라 진료방식도 달라요. 여성의 경우 불규칙한 월경과 호르몬 불균형이 원인인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앓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어요. 산부인과 진료와 여드름 치료를 병행하는 추세에요. 남성은 대개 과도한 음주로 인해 여드름이 생기죠. 소화기 계통이 안 좋은 경우는 성별에 관계 없이 타과 진료를 병행하고요.”
 
 -학창 시절의 여드름이 성인 여드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나요.
  “반드시 성인 여드름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 학창 시절 여드름이 심했어도 대부분 좋아지는 경과를 보이죠. 하지만 요즘은 워낙 일찍 화장을 시작하는 데다가 남성들도 화장을 많이 해서 성인 여드름이 점점 느는 추세에요.”
 
 -겨울보다 여름에 여드름이 심해져요.
  “겨울보다 여름에 더 피지 관리를 잘 해야 해요. 일반적으로 여름에 피지 분비가 왕성하기 때문에 여드름이 생길 위험성이 높거든요. 생리적으로 땀이 많이 나면 피부에 먼지가 엉겨 붙기 쉽기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늘어나는 거죠.”
 
 -여드름이 생기면 반드시 짜야 하나요.
  “여드름의 상태에 따라 판단해야 해요. 만약 염증을 동반하지 않고 피지가 한눈에 보이는 여드름이라면 가정에서 짜도 무방해요. 하지만 염증성 여드름을 잘못 건드리게 되면 2차 세균감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요. 여드름을 짜야 하는지는 의사와 상의하는 게 어떨까요.”
 
 -과제가 많아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할 때가 많아요.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않으니 당연히 여드름이 심해지죠. 평소 피곤하지 않을 정도의 숙면을 취해 주세요. 시험 기간에 피부가 급격히 악화돼 병원을 방문하는 학생들이 참 많아요.”
 
 -바쁜 학생들이 일상에서 피부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피부 착색을 유발하는 음주와 담배를 피하세요. 인스턴트 음식은 되도록 자제하고 가급적 물도 많이 마셔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주세요. 여학생들은 모공을 막는 진한 화장을 피하고 꼼꼼하게 세안하는 것이 좋아요. 항산화 식품인 야채와 과일도 자주 섭취하면 꿀피부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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