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삽입곡부터 라디오 로고송, 그리고 북 사운드 트랙에서까지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밴드 이지에프엠. 그들의 음악에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픔이 묻어난다. 이지에프엠은 그 슬픔을 담아낸 곡으로 사람들을 격려하고 있다.

 

     
 

▲ 기타리스트 이호형씨, 보컬 이주연씨, 드러머 최소올씨가 이지에프엠으로 하나가 됐다. 사진 박가현 기자

 

자연스러운 발성에 

리듬감을 더해


이야기가 담긴

 음악을 만들다

  수채화가 가지는 묘미는 물과 물감을 섞는 비율에 따라 색의 깊이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데 있다. 노래에 감정을 강하게 내비치기보다는 물을 머금고 청중의 마음을 슬며시 자극하는 이지에프엠의 음악도 수채화와 닮아 있다.

   이지에프엠은 ‘Easy Follow Me’의 약자다. 이를 줄인‘Easy FM’으로 표기하면 라디오와도 연관된다. 이들은 이름처럼 라디오를 켜면 들려올 법한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기타리스트 이호형씨(38), 보컬 이주연씨(29), 드러머 최소올씨(30)는 2010년부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처음엔 호형 오빠가 펑키한 록밴드를 결성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대학동기인 저한테도 연락이 왔죠. 소올 언니는 세션으로 왔다가 리더가 됐고요.(웃음)”


  원래 자유분방한 음악을 추구했던 호형씨는 펑키 록 밴드를 꾸리려고 했다. 그러나 주연씨가 보컬로 자리잡으면서 차차 팀의 장르도 바뀌어 갔다.“ 제가 낼 수 있는 목소리 톤이나 스타일에 한계가 있잖아요. 제 목소리가 차분하고 조금은 먹먹한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각자의 작곡 스타일이 다르더라도 저한테 맞게 편곡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때로는 작곡자가 의도한 분위기에 조금씩 맞추기도 해요.”


  그들은 음악에 슬픔을 담았지만 절제해서 표현하는 편이다. 그렇게 나온 이지에프엠의 음악은 가벼운 듯하면서도 무겁다.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친구에게 받았던 위로를 곡에 담기도 하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죠.” 친구에게 힘든 일을 털어 놓을 때 펑펑 울지 않고 오히려 씨익 웃으면서 말하면 잠들기 전에 다시 그 슬픔의 무게를 알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느낌 속에서 진심이 전달된다고 생각하는 주연씨는 노래를 부를 때도 말할 때의 목소리 그대로를 내려고 노력한다. “노래에 감정을 쏟아내는 가수들도 있지만 저희는 꾹 눌러서 담담하게 표현하려는 편이에요. 순간 터뜨리기보다는 오히려 초연해진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려고 하죠. 그게 쉽지는 않아요. 한 번은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삽입된‘아니야’라는 노래를 녹음하는데 저도 모르게 흐느끼면서 부르고 있는 거예요. 멤버들과 상의한 끝에 결국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차분히 녹음하게 됐죠.”


  ‘아니야’를 드라마에 삽입곡으로 넣게된 건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중반을 향해갈 때였다. “사실 좀 갑작스런 상황이었어요. 보통은 음악감독이 드라마가 시작하는 시점에서 곡을 섭외하거나 직접 작곡하거든요. 그 때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잠깐 하기도 했어요. 이후로 연관검색어도 생겼고요.(웃음)”

  ‘아니야’라는 곡이 알려진 후 그들은 한 프로그램의 라디오 PD로부터 로고송 제의도 받았다. 이지에프엠을 소개하는 곡 ‘Radio Street’을 개사한 로고송은 지금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곤 한다. 그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버스를 타고 가던 주연씨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놀란 적도 있었다.

  이지에프엠은 정유정 작가의 장편소설『28』의 OST에 참여하기도 했다. 소설『28의 출판사가 주인공과 어울리는 뮤지션을 찾던 중 이지에프엠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어느날 집앞에서 무심히 담배를 피던 호형씨의 눈에 늘 그 자리를 지키는 키작은 나무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고 곡을 쓰던 그는 책 속 주인공의 모습을 그 자그마한 나무와 연결지었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좁은 땅에 자리잡은 나무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작은 나무는 소설 속 주인공과 만나게 됐다.

  이지에프엠은 자신들의 음악을‘힘들 때 소주잔 기울이며 듣는 음악’이라고 표현하지만 음악이 나오기까지의 매순간을 즐기고 있다. 합주를 하는 동안에도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래도 지칠 때는 있기 마련이다. “낚시를 갑니다.”짧게 한마디를 남긴 호형씨는 가끔 멤버들 모르게 훌쩍 사라진다. 그가 SNS에 올리는 물고기 사진이 기타가 손에 안 잡힌다는 신호다. 주연씨는 일단 시선을 돌리는 편이다. 책이나 영화를 보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빠져있다 보면 심란했던 마음도 풀어지곤 한다.

  소올씨 역시 책이나 영화를 보며 여가를 즐긴다. 그녀는 그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다. “마음이 좋지 않을 때가 가장 감성이 풍부해지는 시기잖아요. 그럴 때 감성을 건드리는 부분을 노트에 끄적여놔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작곡할 에너지를 얻는 거죠.”슬픈 감정을 절제해서 표현하는 이지에프엠의 노래는 지금도 듣는 이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流: 눈을 감으면 흐르는 기억들’은 이지에프엠의 일곱 번째 앨범명이자 그 앨범의 마지막 수록곡이다. 간주를 어떻게 구성할지, 각 노래가 어디에서 등장하는 게 좋을지 가장 오랜 시간 상의했던 터라 앨범에 대한 멤버들의 애착이 특히나 크다. 그 노력의 결과물인 앨범에는 네 개의 곡이 수록돼 있다. 마지막 수록곡은 앞의 세 곡을 이어 붙여 만든 곡으로 앞곡들과 간주가 다르게 구성된다.

  첫 번째 곡에는 베이스를 담당했던 멤버의 경험이 담겨 있다. 그는 기차를 타고 가다가 과거에 연인을 마중 나갔던 장소에 이르른다. 그곳에서 문득 깨닫는 것은 장소와 추억이 그대로지만 곁엔 연인이 없다는 점이다. 그 씁쓸함이 지나가면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면서 보컬 주연씨의 곡이 나온다. 특정한 경험과 얽혀 있지는 않지만 헤어짐 뒤에 오는 슬픔을 처연히 내려놓자는 의미가 실린 곡이다. 그래서인지 보컬의 음색에 담담함이 묻어나온다.

  풍경소리가 들리며 드럼 담당 소올씨가 작곡한 세 번째 수록곡이 흘러나온다. 어디로든 자유로이 흘러가는 바람의 속성을 떠올려‘내게 불어오는 바람이 너에게도 가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만든 곡이다. 바람을 따라 흘러간 사색은 결국 과거의‘너’에 대한 기억들로 옮겨간다. 세 사람의 추억이 연결된 세 곡들이 네 번째 곡에 다시 등장하는 이유는 이번엔 청자만의 기억을 떠올려 보라는 의미에서다.

  마지막 곡이 꼭 세 곡의 모음집인 것만은 아니다. 앞의 세 곡에서 오카리나, 대금, 북소리가 전주를 채운다면 마지막 곡에서는 편곡이 조금씩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오카리나 소리는 휘파람 소리로, 대금 소리는 흐느끼는 듯한 사람 목소리를 대체했다. 북소리 대신 기차소리가 들려오면서 조금 더 과거의 기억과 가깝게 느껴지도록 구성했다. 제목처럼 눈을 감고 들어보라. 누구나 각자의 추억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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