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가 왔다. 그렇게 사랑했던 우리에게도. 처음 만났을 때는 마냥 좋았다. 서로를 몰랐던 시간들이 안타깝기만 했다. 그래서 열렬히 사랑했다. 나는 잘하고 싶었고, 내가 가진 대부분의 시간을 그에게 쏟았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 무언가 달라졌다. 분명 예전 같지가 않다. 조금은 지겹고, 귀찮다. 애정보다 책임감과 의무감이 커진다. 나의 오랜 연인. 중대신문과 나에게 권태기가 찾아왔다.
 

  고백하건데 신문을 만드는 일이 재미없어졌다. 어느 날 문득 신문 말고도 나에겐 사랑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떻게 오랜 연인을 쉽게 배신하겠는가. 이번 학기까지만 꾹 참아야지 마음먹었다.
 

  애정이 식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며칠 전 P선배가 이야기 좀 하자며 기자를 불러냈다. P선배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평소 본질을 꿰뚫는 명철함으로 후배기자들의 존경을 두루 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할까. P선배는 정곡을 찔러주겠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마디 던졌다. “넌 아마추어 정신이 없어.”
 

  아니, 아마추어 정신이라니? 프로정신이 없으면 몰라도. 이건 무슨 소리인가. 의아해 하는 기자에게 P선배는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들려줬다.
 

  혹시 영화 <스윙걸즈>를 보셨는지. 고등학생들이 재즈음악에 빠져 밴드연습을 하는 내용이다. 잠깐, 고등학생이? 한참 공부해야할 시간에 얘네 정말 왜 이러고 있는 거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P선배의 생각은 다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보내는 시간들은 충분히 의미 있다. 열정을 쏟는 것 자체로도 삶의 큰 자산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걱정들을 핑계로 신문사 일에 열정 없는 모습으로 임했던 기자에게 P선배는 “당장에 이득이 되는 일만 하려는 것은 헛똑똑이”라고 충고했다. P선배에게는 뚱한 표정으로 “네”라는 짧은 대답을 건넸지만 그날 밤 집에 가서 영화 <스윙걸즈>를 다시 봤다. P선배의 아마추어 철학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아마추어 대학신문이지만 한때 열렬한 사랑에 빠질 만큼 매력적이었던 중대신문의 첫인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의 즐거웠던 한때. 취재하느라 뛰어다니고, 기사 쓴다고 밤을 지새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몰두했던 과거와 마주섰다. 확신하건데 그 시간들은 충분히 가치있었다.
 

  안타까웠다. 이렇게 이도저도 아니게 남은 신문사 임기를 만료하고 나면 다시는 신문을 만들 일이 없을 지도 모르는데. 영어공부를 하고, 취업준비를 하느라 여유가 없을 텐데. 그때가 되면 참 그리워질 지금의 시간들에 왜 나는 충실하지 못했을까. 중대신문과 나의 애틋했던 감정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 신문만 남았다. 남은 한 주 만큼은 나의 오랜 연인 중대신문과 뜨겁게 사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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