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가 아닌 서라벌홀에 위치한 서헌제 부총장의 집무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그의 집무실에서 서헌제 부초장을 마주했다. 인문사회계열의 백년대계 터를 닦는 막중한 임무만큼 그 의욕 또한 상당한 서헌제 부총장. 법률전문가이자 학자로서의 서헌제 부총장의 교육 철학과 대표강좌제, CAU 로펌 등 흥미로운 야심작의 실천계획을 담았다.

 

학생자치권, 전적으로 인정 … 학생들과의 소통, 오히려 내가 더 바라
‘정의’와 같은 대표강좌 만든다 … CAU로펌 통해 법률서비스도 제공
 

- 초대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이다. 소감을 말해 달라
중앙대의 가장 큰 계열의 장을 맡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어깨가 무겁다. 작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큰 아픔을 받은 계열이 바로 이곳이다. 부총장으로서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갖고 있는 아픔들을 잘 헤아려 중앙대를 선도해나가는 학문단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직무를 맡은 지 3개월 가량 지났다. 그동안 파악한 인문사회계열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인문사회계열 소속 학문단위의 경쟁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우리 계열의 학문단위는 이미 톱클라스(Top-Class) 혹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대외평가에 있어 중앙대는 전국 10위권 달성을 목표로 하지만 우리는 최고를 노린다. 최근 신입생들의 입학성적도 4%이내로 매우 향상됐다.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작년에 추진된 학문단위 구조조정으로 생긴 상처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이다.

- 인문사회계열엔 대학본부 정책에 쓴 소리를 내는 교수님들이 가장 많이 속해 있다. 의견 통합이 어렵지 않겠나
작년 구조조정에서 대학본부의 정책 방향 때문에 우리 계열 학문단위가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들도 우리 대학의 전반적인 발전방향에 대해 크게 이견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본부가 밝혔듯이 이제는 상시 구조조정 체제다. 따라서 우리의 학문단위를 발전시키면 다시금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일단 현행 체제로 결론이 났으니 바뀐 구조에서 우리가 발전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함께 협력했으면 좋겠다.


- 인문사회계열 학생대표 들은 ‘학생 자치’와 ‘소통’에 대한 강력한 바람을 전했다
 학생들의 고유 자치권은 전적으로 인정하겠다. 자치 공간 또한 보장하겠다. 그렇지만 학칙은 당연히 지켜 줬음 좋겠다.
 소통은 언제든 환영한다. 오히려 내가 더 바라는 바다. 예전의 부총장은 본부에 있어 어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나는 지금 서라벌홀에 있다. 학생들에게 편한 존재로 다가가고 싶다. 요즘에도 가끔씩 복도를 지나다니는 학생을 집무실에 불러 차 한잔 마시곤 한다. 조만간 집무실 문 앞에 상담가능 시간을 게시해 놓을 예정이다. 내 방 문은 언제든지 활짝 열려있다. 
 소통의 중요성을 알기에 이미 관련 제도까지 마련했다. 딘스런치(Dean’s Lunch)라고 학장과 학생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가질 예정이다. 학생간부 뿐 아니라 참석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 예민한 사안으로 들어가 보자. 올해 캠퍼스 재배치가 있다. 본부의 계획대로 3개의 멀티캠퍼스 체제가 이뤄진다면 인문사회계열은 어느 캠퍼스에 위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계열별 캠퍼스 재배치에 대해 우리계열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안성 캠은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실패한 정책이다. 서울과의 지리적 여건과 지방이라는 한계는 입학생의 성적 저하, 캠퍼스 공동화 현상을 낳았다. 
하지만 신 캠퍼스의 경우는 안성캠과 다르다. 검단캠의 경우 오히려 서울캠 보다 쾌적한 곳에 위치해있어 연구하고 교육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안성캠이 만들어 질 때 자신의 학문단위가 안성으로 내려가면 학과의 명암이 달라졌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캠퍼스 마다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각 캠퍼스가 자신의 장단점을 토대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어느 학문단위가 가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한국 취업시장의 특성상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상과 이념을 추구하는 인문학의 특성상 그런 영향이 없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능력이 몇 가지 있다. 영어, 컴퓨터활용 능력 등 이다. 이 뿐만 아니라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새로운 교수법을 도입하려 한다. 바로 사례중심, 문제해결 중심 교육방법이다. 법대에서 로스쿨로 바뀌면서 적용해 봤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실용교육 강화를 우리 계열의 핵심 과제로 잡았다.


이를 위해 계열본부의 행정적 지원, 교수들의 참여. 더불어 학생들의 준비라는 3박자가 갖춰줘야 한다. 이 같은 교수법의 변화는 전공과목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교수님들의 참여의지가 중요하다. 이런 수업을 하기 위해선 교수님들의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계열본부에서도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 
먼저 교수학습센터와 연계해 워크숍을 실시하고 교수들의 신청을 받아 교수법 개발을 위한 연구비도 지원할 예정이다. 빠르면 2학기부터 도입되지 않을까 생각 한다.


- 진로를 전문영역으로 잡는 학생들도 많다. 결국 고시합격률이 관건이다. 이는 대학차원의 지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문사회계열과 관련된 고시는 5개, 사법, 행정, 외무, 임용, 언론고시가 있다. 우선, 사법고시는 로스쿨 이후 점차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행정고시 또한 작년 합격자 3명을 배출해 고무적이다. 그러나 채용방법 다양화로 인해 앞으로 약화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외무장관 일 때문에 다소 정체가 되었지만, 방향은 그렇게 갈 것이다. 상황에 맞추어 준비해 나가겠다.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임용고시와 언론고시다. 작년 정원 37명인 영어교육과에서 합격생이 25명이나 나왔다. 그런데 실제 고시반을 내려가서 보니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이를 개선해 나갈 생각이다. 언론고시 역시 작년 좋은 성과를 얻었다. 또한 종편이 생기면서 앞으로 자리가 많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도 고시반 예산이 나왔는데 성과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성과에 따라 지원을 달리 하는 방안을 구상하겠다.

 
- 중앙대 대학원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자교 출신 원생수가 적다는 점이다
우리 대학원에 학부 학생들이 적게 간다. 지방대학생, 외국인들이 상당 부분 정원을 채우고 있다.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학석사 연계제도, 석박사 연계제도 등을 더욱 발전시켜 우수 학생들을 끌어올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4학년 때 우수한 학생들을 대학본부 차원에서 특별 관리하는 방법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올해 교수연구 분야 목표치를 SCI급 25편으로 잡았다. 너무 높은 거 아닌가
올해 목표치를 2년전에 비해 70%가량 높게 잡았다.(인문사회계열은 2009년도에 14편을 발표했다)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학과별 조사를 통해 산출된 것이다. 오히려 겸손하게 잡은 수치다.


- 그렇다면 교수 연구력 향상을 위해 계열본부차원에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이번에 연구전략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연구에 관한 계열의 컨트롤 타워다.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를 위원장으로 모셨다. 나는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다. 그 외 학문적으로 추앙받는 교수님들 18명이 함께하고 있다.
여기서 추진하는 일이 세 가지다. 우선 대형과제 유치다. 이것은 교수개인이나 학과차원에서 하기 힘들다. 대형과제를 유치하는데 위원회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형국책과제의 수주 목표치도 높게 잡았다.
두 번째로 연구소에 관한 것이다. 현재 인문사회계열에 연구소가 27개나 있다. 필요해서 만든 것이지만 그 실태를 살펴보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도 존재한다. 이런 상태론 경쟁력이 없다. 과제중심으로 연구소 간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또한 연구전략위원회에서 연구소를 평가해 차등지원 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우리 학교를 대표할 수 있는 대형연구소를 만들어 나가겠다.
세 번째로 교수 개인의 연구역량 강화다. JCR이 주 목표이긴 하지만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잡지가 없는 분야가 많다. 국내 등재지를 목표로 해서 교수들의 연구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 교육 관련 핵심과제 중 대표강좌제가 눈에 뛴다
우리 대학을 대표할 수 있는 명품 강좌를 의미한다. 많으면 좋겠지만 우선 인문계열과 사회계열에서 각각 한 개 정도 만들어 갈 예정이다. 개인이 진행하기보다 융합강의식으로 여러 학문 분야의 교수님들이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 이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서비스하여 중앙대의 지적재산으로 만들겠다. 화제가 되고 있는 마이클 센델의 강의처럼 말이다. ‘복지’, ‘불평등’과 같은 큰 화두를 던져 놓고 이에 대해 철학, 법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그 예가 아닐까 한다.      


- CAU Law Firm 사업도 흥미로운데
의과대학에 부속병원이 있듯이 법대는 부속 로펌이 있어야 한다는 기본 구상에서 출발했다.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우선 학생들의 현장투입을 위해 실전경험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법조계 여건상 학생들이 실습하기 쉽지 않다. 학생들은 실습과정에서 많이 배운다. 이를 위해 실제 법률사무소를 학내에 두고자 하는 것이다. 일명 ‘Legal Clinic’이다.
두 번째는 중앙대 구성원과 동작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법률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법대 교수님들 중 판사나 검사 경력이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이 분들이 동작구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을 교내에서는 더 잘할 수 있으리라 본다. 또 동작구 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그럼 언제쯤 가능 할 것으로 보이는가
금년도 11대 과제로 설정했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는 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공간이 협소하다는 게 제일 문제다. 학교 외부에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 최근 서울캠 인문대와 안성캠 인문대 사이에 새터 참여를 두고 갈등이 발생했다. 안성캠 학생들의 소외감,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학생들이 너무 옹졸했다. 새터의 경우 여러번 지도를 했지만 학생들의 자치활동이기에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다. 같은 학내 구성원으로 서로를 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성캠 학생들의 소외감 해소를 위해 자주 내려갈 예정이다. 유권종 인문대학장 또한 이를 위해 안성에 수업을 개설하기도 했다. 자주 만나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 안성캠 교수들도 불만이 많은 건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소외감이 크지만 교수님들도 힘들어한다. 교수님들은 서울에 와서 강의해야 하지만 연구하고 수업을 준비할 공간조차 없다. 현실적으로 공간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운동장에 컨테이너 박스를 짓는 한이 있더라도 이 문제는 해결해 나가겠다.

 

글,사진 고운호 기자 U_know@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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