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꿈꿨다.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움을 전해주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아니 너무 어렵다.’

  전국 259개 중등교원양성기관에서 한 해 발급되는 교원자격증은 51,118개다(교육과학기술부 2008년 통계기준). 2010년 서울시 중등교원 임용정원은 375명, 경쟁률은 43.8 대 1. 사립학교도 공립학교도 퇴직한 교사만큼 인원을 채울 뿐, 전체 교사 수는 늘리지 않는다. 매해 예비교사는 늘어나지만, 그들이 갈 곳은 없다.

사범대, 왜 만들었니?= 올해 10월 있을 임용고시 시험을 준비하는 차경주씨(사범대 영어교육과 4)는 답답하다. 힘들게 사범대에 들어왔지만, 교사임용에 있어 비사범계열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2006년 열정적인 선생님을 꿈꾸며 중앙대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다. 경주씨도 주변 사람들도 사범대생은 모두 선생님이 된다고 생각했다. 사범대가 선생님이 되기에 유리한 줄 알았다.

  현실은 달랐다. 사범대 학생이나 비사범계열 학생이나 졸업할 때 똑같은 중등2급 정교사 자격증을 받는다. 사범대 학생에게 부여됐던 가산점도 부분 폐지됐다. 선배들은 복수전공의 교직이수를 따로 하지 않아도 해당 과목이 표시됐다고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그녀는 복수전공 학과 학생들과 교직 선발 경쟁을 한다. 사범대 내에서 복수전공을 하면 교직 선발 경쟁을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중앙대엔 교육과가 4개 뿐이다.

  얼마 전 한 친구는 그녀에게 교육실습생 12명 중에 단 2명만 사범대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매해 사범계열에서 교원자격증을 받는 학생은 1만 4천명, 비사범계열에서 교원자격증을 받는 학생은 2만명이다. 교육자 양성을 위해 설립된 사범대보다 비사범대가 교원자격증을 더 많이 나눠주는 형국이다.

  높아만 가는 경쟁률에 한숨이 나오지만 그녀는 임용고시를 포기할 수 없다. 사립고등학교는 복지문제 때문에 여교사를 뽑지 않는다. 지난 4년 동안 사립고등학교에 임용된 여선배는 1명 뿐이다. 그녀는 캐나다에서 6년을 살았다고 했다. 선생님의 길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범대 학생에게 제공되는 취업정보란 교사 아니면 강사 둘 중 하나다.

늦은 기회, 낮은 가능성= 지난달 교생실습을 다녀온 박소여씨(문과대 국어국문학과 4)는 교직과정이 너무 늦다고 느꼈다. 함께 교직이수를 했던 친구가 교생실습 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비사범계열은 2학년 2학기에 교직이수자로 선발돼 교직과정을 시작한다. 친구는 선생님이 꿈이었고, 입학할 때부터 교직이수를 염두에 뒀다. 하지만 그는 과도한 행정업무 때문에 수업을 준비하기 힘들어하는 교사를 보고 꿈에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녀의 친구가 좀 더 일찍 교사의 현실을 알았다면 졸업 직전 꿈을 접고 방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손명희씨(자연대 화학과 4)는 교직과정이 부실해 걱정이다. 사범대 학생들은 교수에게 교직수업을 듣지만, 교직이수자들은 대부분 강사에게 배운다. 전문성 있고, 배울게 많은 강사도 있지만 일부 강사는 발표와 관련영상으로 강의시간을 떼운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학기에는 개강 일주일 전 강사가 교체되고, 수업 당일 갑자기 휴강해 학생들의 원성을 산 강의도 있었다.

  그래도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역시 정원문제다. 박인애씨(문과대 청소년학과 4)는 교직이수를 하고나면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발급받는다. 수업을 하지 않고 학생 상담만을 담당하는 교사기 때문에 수요가 많지 않다. 사범계열에서는 발급되지 않는 교원자격이기 때문에 경쟁률은 낮은 편이지만 모집정원이 없었던 적도 있어 걱정이다.

교원자격증 파는 大학원= 교육대학원 졸업을 앞둔 박준규씨(교육대학원 석사 5차)는 학부를 7년째 다니는 기분이다. 50여명이 함께 듣는 수업 내용이나, 리포트 형식의 과제들은 학부시절 늘 하던 것이다. 대학원 강의로 임용고시를 준비한다는 친구 말을 들으면 학교에 섭섭한 기분도 든다. 5학기째 교육대학원에 다니고 있지만 임용고시반에 들어가 본 적도 없다. 실질적 지원이 없는 모습에서 ‘단지 수료를 위한 대학원인가’란 의문을 품을 때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정부의 교원양성시스템이나 교육대학원 운영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2002년도에 3.7대 1에 불과했던 임용경쟁률이 40대 1까지 치솟은 것은 교원자격증을 남발하고 있는 정부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학생들은 줄고 있지만 교원양성기관은 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교사양성특별과정’ 입법안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원양성기관을 거치지 않고, 단기연수만으로 교원자격증이 발급 되면 임용경쟁률이 더 높아질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교육대학원 학비는 입학금과 등록금을 합쳐 500만원, 교육대학원생은 700명이 넘는다. 이 때문에 A씨는 대학에 교육대학원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 믿는다. 대학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클테니, 함부로 없애지 못하는 정부의 마음도 이해된다.

  A씨는 “학부에서 배운 강의가 대학원에서도 반복되지만 불만을 갖는 사람은 적다”며 “모두들 교원자격증을 사러 온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래도 교사를 꿈꾼다= 영어교육과 학생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차경주씨는 30분이 지나자 서둘러 일어섰다. 조금 더 지체하면 강의실을 빌린 시간이 모자라 스터디 모임이 어렵다고 했다. “공부할 장소가 너무 부족해요. 다른 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하지만 열심히 공부할 여건은 만들어줬으면 해요.” 그녀는 오늘도 임용고시반에서 공부를 한다. 그녀의 친구들도 함께 임용고시반으로 간다. 교직이수를 하는 인애씨는 도서관으로 간다. 교육대학원에 다니는 A씨도 도서관으로 간다.

  올해 10월에도 어김없이 중등교원 모집일정이 시작된다. 학교를 떠나 노량진에서 선생님의 길을 찾고 있는 이들, 학교에서 ‘나는 될 것’이란 믿음으로 공부하는 이들, 직장과 대학을 오가며 바쁘게 달리고 있는 이들. 그 들 중 3%는 선생님이 된다. 97%는 다시 노량진으로, 학교로, 직장으로 간다. 더러는 교사되기를 포기하고, 더러는 사립학교를 찾을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요, 열심히하면 붙을 것이란 생각으로 흔들리지말고 공부해야죠.” 경주씨의 웃음은 밝았지만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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