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자 중대신문의 주요 기사는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로 요약된다. 학생들은 처절하게 고공에서 사투를 벌이고, 교수들은 ‘관성’에 기대다가 땅 밑으로 꺼져버리는. ‘구조조정 최종안 반대’와 ‘학생징계의 부당성에 대한 항의’로 학생들이 공중을 택했다면, 교수들은 ‘나태’하고 무기력한 구경꾼으로 뒷짐 지다가 ‘업적평가’라는 직격탄을 맞고 땅속으로 기어들어가 버렸다고나 할까.

  지금 학교 상황은 복마전과 같다. 각자 다른 입장에서 ‘중앙사랑’과 ‘학문발전’을 이야기하며 지난 20여년 간의 ‘나태’하고 ‘방만’했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상호 떠넘기기에 바쁘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난 세월 학교를 경영하고 특혜를 누린 자들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2010년을 힘겹게 살아내는 약자들에게 떨어진다. 1면의 세 가지 탑기사는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중앙대의 현실을 극명하게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분열된 학생과 교수들, 학생과 학생들, 교수와 교수들, 그 틈새에서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비정규직 방호원과 미화원분들.

  80년대에도 소위 ‘운동권’들에게 가장 안전한 곳은 다름 아닌 캠퍼스였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국가의 장래를 거침없이 공유할 수 있었던 곳도 캠퍼스였다. 그러나 우리는 캠퍼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와 ‘너’로 갈려 서로를 비난하고 짓밟는 어쩌면 가장 불행한 세대가 아닌가 한다. 더 이상의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어진 ‘선택지’는 이미 ‘선택’이 아니다. 주어진 답안지만 열심히 풀어야 하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선택’이란 무엇일까? 더 높이 올라가서 크레인에라도 매달릴 것인가 아님 땅속으로 꺼져버릴 것인가? 중대신문의 깊어 가는 고민에 마음이 아프다.

 

이나영(성평등상담소장,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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