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에 들어가는 육수부터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까지, 요즘엔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식품을 찾기 어렵다. 이렇게 육식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세상에서 채식을 하는 것은 어려운 결심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채식을 결심한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육식을 멀리하게 된 것일까? 불편했던 점은 없을까?

  이정인씨(문과대 국어국문학과 01학번)는 어릴 때부터 육류를 먹지 않았다. 육류에서 나는 냄새에 예민했기 때문이다. 생선이나 닭, 오리의 냄새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육류는 견디기 어려웠다. 이정인씨는 “회나 치킨은 가끔 먹을 수 있지만 고기는 냄새가 심해 먹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이정인씨는 “학생 식당에서 식사할 땐 동물성 음식은 아예 받지 않거나 받아서 친구들을 나눠줬다”며 “단체로 식사할 땐 주로 고깃집을 많이 가는데 이럴 땐 밑반찬만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며 어려움을 밝혔다.

  안혜숙씨(외대 독어학과 99학번)도 이씨처럼 생선이나 닭, 오리는 가끔 입에 대지만 육류는 금한다. 현재 4년 동안 채식을 하고 있는 안혜숙씨는 “동물 애호 같은 포괄적인 개념은 아니지만 키우던 강아지가 안 좋은 일을 당해서 애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며 “모든 생명체가 다 소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안혜숙씨는 “다른 국가는 고기가 주식이어도 식사 전에 채식하지 않는지 물어봐주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의식이 없다”며 배려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S양은 몸의 변화를 먼저 느끼고 채식을 선택한 경우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았던 S양은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후 채식을 결심했다. 채식 위주의 식생활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생선과 유제품만 섭취하는 S양은 “처음엔 다이어트 때문에 시작했는데 채식을 하며 식습관이 올바르게 잡혀 건강에도 도움이 됐다”라 말했다.

  유제품만 가끔 섭취한다는 L양(사회대 상경학부)은 우연히 접했던 TV 프로그램에서 동물을 도축하는 과정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알게 돼 육식을 금했다. L양은 “원래 육식을 즐기는 편이었는데 책과 프로그램을 접한 후 많은 충격을 받았다”며 “눈앞에 놓인 잘린 고기가 살아있던 생명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입에 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L양은 “통학을 했는데 식사는 집에서만 해결하려고 노력했다”며 “점심시간에는 주인아주머니가 신경을 써주셨던 단골 음식점만 갔다”라고 말했다.

  유제품 등 동물성 음식을 전부 먹지 않는 A양(외대 독어학과)은 건강상의 문제로 채식을 시작했다. A양은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며 먼지 알레르기가 생겼다. 바뀐 환경 때문에 기관지 질환을 얻은 것이다. 환절기 땐 특히 더 심했다. 약으로 진정시키는 것에 한계를 느낄 무렵, 채식으로 체질을 바꿔보라는 의사의 권유로 인해 채식을 시작하게 됐다. 그 당시 읽었던 채식 관련 책들도 A양의 결정을 도왔다. A양은 “식탁에 오르는 식품들이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지 않느냐”며 “동물을 사육해 식품으로 만든다는 현상 자체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채식주의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시선이 많다며 채식은 특별하거나 유별난 것이 아닌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임을 역설했다. 오히려 유별난 것이 있다면, 육식주의만을 고집하는 세상이 아닐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