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교를 갓 입학했을 때 캠퍼스는 그야말로 신입생을 위한 환영회로 바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술이다. 선배들은 우리들을 자연스럽게 술집으로 데려가 게임을 알려주고 술을 마시게 했다. 그리고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걸 받아들였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2] 대학 입학하고 몇 달 후 친구 생일 파티에 간 적이 있었다. 여전히 ‘술’은 빠지지 않았는데, 그 중 한 친구가 병 채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주위의 만류에 그는 자신이 ‘공대생’이니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 병 채도 못 먹고 술에 취해 쓰러졌다.

   [3]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술을 먹으러 가게 될 즈음 그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너희들은 왜 술을 먹는 거야?’ 그러자 친구들은 대답했다. ‘그냥, 남들이 마시니까’
 

   언제부터인가 대학 생활에서 술이란 존재가 큰 자리를 잡게 되었다. 모임을 가질 때도,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도, 그 외의 일에서도 술이 빠지는 일은 거의 드물게 되었다. 술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술은 정신적,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등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준다. 문제인 것은 학생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술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술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아무 의미 없이 먹는다는 것이다.
 

   술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는 것은 술이란 무엇인지, 술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술을 마시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를 간과하면 자신이 술보다 세다는 허영심과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 때문에 폭주를 하게 되고 주사를 하며 필름이 끊기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술을 함부로 생각하여 자신이 술에 의해 지배당하게 된다.
 

   이번 술 문화 기사를 취재할 때 이찬욱 교수님(문과대 국어국문학과)께서 “술을 공경하라”는 말씀을 강조하셨다. 술은 겉으로 보기엔 마치 고요한 물 같지만 이것이 가진 성격은 불과도 같아서 사람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술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또한 술은 상대방과 깊은 얘기를 나누게 하여 인생을 알게 하고, 나도 모르는 잠재적인 나를 끌어내어 자신을 알게 해주는 ‘선생’이기도 하다. 때문에 술을 대할 때 보다 신중히 그리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술의 진정한 존재이고 의미다.
 

   하지만 지금 대학생들의 술 문화는 어떤가. 술을 소중히 대하기는커녕 분위기에 휩쓸려 잘 모르고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도 당연한 것이 그들이 알고 배운 술이라고는 단지 신입생 환영회 때 선배들의 강요와 게임을 통한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학생들에게 술을 제대로 가르쳤더라면, 그리고 학생들이 술을 제대로 배웠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술은 충분히 즐겨도 좋다. 그러나 술을 제대로 배우고 마시자. 올바른 술의 문화의 출발은 바로 여기서 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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