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하는 소음과 함께 컴퓨터가 부팅되고, 배경화면이 뜬 동시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띄운 당신. 홈페이지로 설정한 포털의 메인화면에서 무의식적으로 마우스커서를 들이댄 곳이 바로 ‘오늘의 웹툰’ 혹은 ‘만화 속 세상’은 아닌가?

 만화, 인터넷으로 변화를 꿈꾸다= 지난 2003년 강풀(강도영)이 다음에 연재한 ‘순정만화’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웹툰의 스크롤형식은 새로운 스토리 전개 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웹툰이 새로운 만화장르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학산문화사 장정숙 편집국장은 “웹툰은 기존 출판만화와 시장을 공유하는 경쟁상대가 아니라 새로운 만화장르로서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본다”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만화 유통경로가 형성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출판업계의 시각을 전했다.

 만화가의 꿈에 날개를 달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파란에서는 나도 만화가라는 컨셉으로 이용자가 웹툰을 올리는 시스템이 마련돼있다. 네이버의 경우 ‘도전 만화가’를 통해 이용자가 웹툰을 올리면 독자들의 별점평가와 조회수, 덧글, 스크랩수 등의 수치를 바탕으로 ‘베스트 만화가’로 승격 되고, 이후에 정식 웹툰작가로 계약을 맺어 만화계에 데뷔할 수 있다. 다음의 경우 ‘나도 만화가’를 운영하며 정식 웹툰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공모전과 창작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웹툰으로 만화가가 되는 길을 넓혀주고 있다.

‘마음의 소리’로 유명한 만화가 조석씨는 개인 블로그에 “네이버 웹툰이 없었다면 내가 좋아하는 만화를 그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포스팅 하기도 했다. 형식과 내용에 제약이 없고, 독자의 공감을 얻으면 창작의 기반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조석씨의 주장이다.

 TOON은 있지만 CONTEXT는 없다= 하지만 독자의 공감에 큰 영향을 받는 시스템 때문에 만화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도전 만화’가 시스템을 통해 정식 웹툰 작가로 데뷔한 한 네이버 만화가는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스토리를 의도적으로 재구성한 적이 많다”며 “웹툰을 그리면서 혼을 바쳐 열심히 하는 것보다 적당히 하면서 필요한 면만 이용하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독자의 공감에 기반해 내용을 구성하는 웹툰의 경우 초반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연재 기간이 늘면서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웹툰을 삼킨 포털고래= 웹툰의 근본적 문제는 거대포털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웹툰은 개인 블로그나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하기도 하지만 거대포털에 의해 대량 공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재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업체는 네이버, 다음, 야후, 파란 등이 있으며 네이버는 정식 웹툰 작가로 계약해 제공하는 웹툰만 현재 82개에 달한다. 이 때문에 2차 판권판매를 위한 지원 및 관리 여력이 부족해 만화가의 수익이 원고료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거대포털이 관리하는 시스템상 만화가들이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이 짧고 기획단계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장정숙 편집국장은 “만화잡지의 경우 작가와 기자가 기획단계부터 의논하고 길게는 일 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연재 준비를 하지만 한두 명의 관리자가 100여명이 넘는 웹툰작가를 상대하는 현 포털의 체제는 그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웹툰은 많은 준비가 필요한 작품보다 일상 속에서 흔히 공감할 수 있는 유머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들이 많다. 조석의 『마음의 소리』, 나승훈·신태훈의 『놓치마 정신줄』, 신의철의 『스쿨홀릭』 등이 그것이다.

  

 웹툰이 시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장르의 신선함과 새로움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씨는 “강풀의 『순정만화』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만화를 풀어낸 신선한 방식과 보편적 감수성을 획득할 수 있는 구성력 있는 내용 때문이었다”며 “현재 웹툰은 인터넷 문화를 기반으로 해 도전이 쉬움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인기를 얻었던 포맷을 유지하며 구성력없이 공감만 얻으려해서 문제”라 지적했다. 이 때문에 웹툰계의 신인들은 출판만화계에서 웹툰으로 진출한 기성 만화가에게 시장을 뺏겨 결국 만화시장은 답보상태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웹툰의 진정한 비상= 결국 모든 문화 콘텐츠의 발전전략이 그렇듯 웹툰도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상정 만화연구가는 “출판만화와 웹툰에 상관없이 결국 이들은 만화라는 방법으로 표현된 콘텐츠”라며 “이런 콘텐츠들을 새로운 시장에 적합한 형태로 변환시켜 다양한 형태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디앤샵에서 발표한 웹툰 티셔츠나 웹툰을 애니메이션화한 웹투메이션, 편의점 우유상품의 출시, 웹툰과 영상을 결합한 웹툰드라마 등이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시장의 확대를 꾀한 예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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