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걸스카우트 담당 선생님의 미소를 봤다. 얼굴에 얽은 자국이 가득하셨던 그분은, 학생들 사이에서 짜증을 잘 내는 선생님으로 유명하셨다. 어느날 복도에서 습관적으로 건넨 내 인사에 한 번에 징그러울 만큼 크게 웃어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너는 참 인사를 잘하는구나.” 끝부분이 묘하게 올라간 뮤지컬 배우 식의 말투.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나를 위한, 선생님의 동정심이 담긴 말이었다. ‘아, 징그러’ 당시엔 혼자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그런데 근래에, 선생님의 미소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일이 생겼다. 복지관 매점 주인 아저씨에게 초콜릿을 받은 것이다. 작은 초콜릿 한 조각이었지만 처음 있는 일인지라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 들며 혼자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다음 며칠은 가는 족족 그 분이 계셨고, 이번에도 나는 초콜릿을 받았다. 나중에는 초콜릿이 먹고 싶어서 일부러 아저씨가 있을 만한 시간 때에 매점에 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아저씨에게 초콜릿을 받고 있는 동안, 손님이 한 분 들어왔다. 아저씨는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했고, 손님은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누가 들어오건, 손 안으로 떨어지는 초콜릿에 정신이 팔려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반은 푸념하듯 내게 “요즘 애들은 인사를 안 받아줘”라고 한 마디 툭 던지는 게 아닌가? 그 분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공짜로 얻은 초콜릿을 먹으며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오랜만에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난 걸스카우트 담당 선생님을 떠올렸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듯 인사 한 번으로 초콜릿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럴 리 없다며 피식 웃어버리기엔 선생님과 매점 주인아저씨의 미소가 슬프게 아름다웠다.

박선영/산업대 식품생물공학계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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