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은 뜨거웠다. 너도나도 ‘뜨거운’ 촛불을 손에 들고 ‘뜨겁게’ 외쳤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1987년을 회상시키는 뜨거운 향연은 국내외 언론들의 주목을 받으며 약 두 달간 계속되었다.


그러나 촛불은 끝났다. ‘30개월 미만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연령 제한’이라는 석연치 않은 결과를 남기고 끝나버린 2008년의 여름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 본 책이 출판되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와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가 그것이다.


두 책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촛불 집회가 소통을 원하는 국민들의 염원을 반영한 시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의 세계에서,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민주화의 효과가 중단되는 역사적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눈길이 ‘운동’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p.8)


‘시민들은 광우병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진심 어린 서찰을 원했다. 그러나 빈번히 단단하게 막히 차벽 앞에서 소통을 말하는 정부의 민심과의 불통을 확인해야 했다.’(『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p.92)
특히 촛불에 대한 기록을 담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는 기본적으로 촛불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기억의 낭만화를 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머리말과 달리 ‘평화롭게 아스팔트 길 위에서 유모차를 끌고 걷는 광경은 눈물겹도록 감동스러운 것이었다’, ‘데모를 하러 나온 건지, 애들 데리고 마실 나온 건지 모르게 촛불시위는 유쾌, 상쾌, 통쾌와 발랄함이 넘치는 공간이 되었다’ 등 기본적으로 촛불을 ‘우리 편’으로 가정하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오히려 그 해의 촛불이 민주주의의 상징임을 남기기 위한 기록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반면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는 머리말에서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촛불시위가 문제적이다’라는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촛불 시민들은 운동권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되어갔다’고 표현한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와 달리 촛불집회가 ‘현 정부를 길들이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을 담았다. 촛불집회가 진정한 직접 민주주의의 시작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1부와 문화정치학적으로 분석한 촛불에 대해 다룬 2부, 그리고 촛불의 숨어 있는 주체에 대해 짚어 본 3부까지 촛불집회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이어진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에서 ‘촛불소녀와 더불어 촛불집회의 상징이 되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모차 부대에 대해서도 이 책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인다. 1부 첫장 에서 저자는 유모차 부대의 등장을 ‘유모차에 탄 아이들의 절대적인 나약함을 ‘무기’로 삼은 것’이라고 표현하며 ‘나약한 동료 시민을 곤경에 몰아넣은 것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낄 필요도 없었던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전반적으로 ‘이론은 늘 비관주의적이어야 한다’는 1부 두 번째 장의 주장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지나치게 회의주의로 빠지는 부분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1부 첫 장이다. 저자는 폭력이 수반되지 않아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다시 한 번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경우 다른 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게 주장한다. 하지만 책에서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방법은 제시하지 못한다. 단지 ‘왜 그렇게 무기력 했을까’ 라는 비관적인 논조로만 첫 장의 끝을 맺어 아쉽다.


비판 일색으로 보이지만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속에서도 촛불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10일 집회 중 일어난 일이다. 컨테이너 장벽 앞에 연단을 쌓는 것에 대해 ‘장벽 앞에 연단을 쌓는 것 자체가 폭력이다’는 의견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연단으로 표출하자’는 의견이 갈렸다. 결국 컨테이너 높이의 스티로폼을 쌓았지만 경찰 해산 전까지 시민들간의 토론과 연설은 계속되었다.


저자는 이 사건에 대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자치의 힘을 과시했다’는 한 문장 외에 어떤 평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토론을 통해 조금씩 적극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촛불집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을지 모른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가 말하는 것처럼 아무리 꺼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 해 촛불은 언젠가 다시 타오를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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