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Higgs)’는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은 14년에 걸친 강입자가속기(Large Hardron Collider)공사를 완료하고 지난 9월 10일 힉스입자를 찾는 ‘빅뱅실험’을 시작했다.

‘빅뱅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1920년대 프리드만과 메르트가 제안했다. 200억년 전 우주는 점과 같은 상태로 모든 에너지가 이 점에 압축되어 있었다. 이 점에서 대폭발이 일어났고 에너지가 팽창하면서 현재의 우주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것이 빅뱅이론의 원리이다.

우주 대폭발 재현 가능한가

힉스입자는 입자물리학의 연구 분야에서 다뤄지고 있는 기본입자 중의 하나이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핵은 중성자와 양성자로 나뉜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다시 쪼개어 보면 쿼크나 렉톤 등으로 불리는 기본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지구의 물리학계는 기본입자들의 존재를 모두 확인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신이 감춰둔 입자가 하나 있다. 이것을 학계에서는 ‘힉스’라고 부른다. 힉스는 우주 대폭발이 일어날 당시 기본입자의 질량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 입자이다. 우주 대폭발이 일어났을 때 양성자끼리 충돌하는 순간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으로 추측되어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힉스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 실행한 강입자가속기에서의 실험은 빅뱅이론을 바탕으로 우주가 폭발할 당시의 상태를 만들어 힉스를 찾아내는 것이 과학자들의 목표다. 강입자가속기는 양성자 빔이 주입되면서 작동이 시작되었다. 전자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미세한 양성자 대량을 입자가속기에 넣은 뒤 가속기 터널을 1만 바퀴정도 돌리면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다. 서로 방향이 반대인 가속기의 터널 속에서 양성자는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빅뱅이론의 에너지가 가장 높은 단계로 끌어올려졌던 폭발직전의 상태와 비슷한 셈이다.

이렇게 회전하고 있던 양성자들은 어느 순간 반대방향에서 돌던 양성자들과 1초에 6억번 정도 충돌하는 속도를 가지게 된다. 충돌하는 순간의 온도는 태양 중심온도의 약 10배가량까지 올라가게 된다. 미니 우주 대폭발인 것이다.

물리학계의 수수께끼, 힉스입자의 존재

이렇게 우주 대폭발이 실행된다면 힉스입자는 언제 나타나는 것일까. 학자들은 양성자들이 충돌하고 그 순간 기본입자의 질량을 부여할 때 나타났다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입자가속기에서 나타난 힉스입자의 흔적을 직접적으로 물리학자들이 관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계에서 기록된 힉스입자의 흔적은 컴퓨터로 입력이 되어 이후 3, 4년간 물리학자들의 분석과 함께 그 정체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힉스입자는 모든 물체와 입자 유형의 존재를 부여하는 역할인 ‘질량’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힉스입자의 존재가 밝혀지면 그동안 이론으로 펼쳐졌던 입자물리학의 완성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산악지대에 위치한 강입자가속기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실험을 주관하고 있지만 세계 물리학자 1만 여명이 참여하였으며, 예산은 약 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8조가 투입되었다. 강입자가속기의 가동을 위해 지하 100m 터널에, 섭씨 영하 271.3도의 환경에 설치하였으며 둘레가 27Km에 달한다.

지난 9월 23일 이후 빅뱅실험은 잠시 중단된 상태다. 강입자가속기의 자석 전기연결 장치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상 상태로 수리하고 실험을 재개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시연 교수(자연대 물리학과)는 “이번 실험이 실패한다고 해서 낙담하고 절망해야 할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 실험의 의의를 강조했다. 즉 실험이 성공한다면 인류가 연구한 입자 물리학계에서는 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되어 기존 이론들에 대한 당당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된다. 반면 힉스입자의 존재에 대한 확인을 하지 못하였을 경우, 학계에서는 그동안의 연구에 대한 검토를 비롯하여 연구방향을 재설정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빅뱅 재현을 통한 힉스입자 찾기. 성패여부를 떠나 기존 현대 물리학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입자가속기 실험 시작은 전인류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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