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최초의 대학신문으로 창립 75주년을 축하드리며, 본교 동문으로 그리고 재직하는 교수로서 중대신문이 자랑스럽다. 지난 75년간, 세상이 변하면서 대학신문의 지면도 변화를 보여왔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스마트한 세상으로 바뀌면서 종이 신문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사회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지면을 통해 학생들에게 생생한 학교 및 지역 그리고 사회 정보와 함께 우리의 지성을 일깨우는 글로 유익을 제공하려는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대학 내 생생한 정보와 지역 그리고 사회의 주요 뉴스와 이슈들에 대해 전하고 짚어주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찾는 일을 대학 생활 과업으로 삼고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올해도 절반이 훌쩍 지났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태까지의 방학이라고 한다면 다음 학기의 공부를 미리 예습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복습하는 데 열정을 쏟곤 했는데 수험생활에서 해방돼 일명 ‘아무런 계획 없는 방학’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설렘과 함께 조금의 걱정도 됐었다. 방학뿐만 아니라 앞으로 여행을 많이 다닐 예정이다. 해외여행도 물론 좋지만, 아직 한국에서도 못 가본 여
문학평론가 유종호 선생의 글을 자주 읽는다. 선생이 쓴 글들을 통해 시를 읽는 태도와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혼자 몰래 마음속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선생은 『서산이 되고 청노새 되어』(민음사, 2004)라는 시집을 낸 ‘아마추어 시인’이기도 하다. 선생이 ‘아마추어 시인’인 표면적인 이유는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이 아니기 때문이지만, 선생이 ‘아마추어 시인’인 근본적인 이유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의
이 칼럼(?)의 제목은 “강단 사색”이다. 그렇지만 사실 요즘 거의 모든 강의실에는 ‘이야기하는 단상’[講壇]이 없다. 그래서인가? ‘생각하여 찾는’[思索] 행위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나는 낙천주의자이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강단이 없어져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색이 싫어서는 아니다. 강단이 강요하는 일방성이 싫은데 그것이 사라져서 다행이고, 사색해야 하는 그 내용이 곱잖아서 싫은데 그렇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이다. 철학 분야에서 강단이 상징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채식, 성평등, 고용불안정, SPC 불매, 경제 상황, 아이돌 등등… 이러한 관심사에 강제는 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오늘 당위를 부과해서라도 주장하고 싶은 관심사가 있다. 바로 ‘환경 문제’다. 현대의 우리는 ‘환경 문제’라는 키워드 자체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시절 혹은 더 어렸을 때부터 환경파괴로 인해 미래에 닥칠 위험성에 대해 교육받아 왔다. 그렇기에 심각성을 인지한 몇몇 사람들은 일명 탄소 발자
중대신문을 볼 때마다 항상 느끼는 부분이지만 언제나 알찬 내용과 합리적인 이슈선택과 분석, 그리고 빈틈없는 구성이 메이저 언론사 못지않다. 이번 기사 중 “중앙대 학내 안전 대책, 남은 숙제는?”을 읽고 느낀 점을 적어본다. 다른 곳도 아닌 가장 안전해야 할 캠퍼스 내에서 성폭행과 살인이 일어난 인천 소재 대학 사건을 보며 과연 우리 학교는 안전할까? 이런 사건이 CCTV 설치 부족이나 야간 순찰 강화가 없어서 일어난 사건일까? 의문이 든다. 속담에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을 못 막는다&rdquo
당신의 지난 8월은 안녕하셨기를, 그리고 다가오는 9월은 부디 새로운 기대로 가득하기를. 이번 중대신문 제2020호를 읽고 나니, 지난 방학이 안온했기를 바라는 걱정어린 마음과,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는 설렘을 담은 안부의 인사를 먼저 전하고 싶다. 흑석시장과 자취촌 골목의 폭우 피해 취재 기사는 다시 한번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세부성적조회 공개 의무화와 관련된 학습권 보장 논의 기사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느껴진다. 대학신문의 기사는 곧 내가 소속된 공동체가 현재 어떤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
N차례 거듭해 악랄해지는 디지털 성범죄 언론과 대중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일부 언론이 디지털 성범죄를 벌인 ‘엘’에 관해 보도하며 올해 8월 또다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엘은 일부 공범과 함께 피해자들에게 성 착취물 촬영을 강요해 이를 텔레그램에 유포했다. 확인된 피해자 수는 6명, 성 착취 사진과 영상물 수는 약 350개가 넘었다. 과거 N번방 사건 주범이었던 조주빈과 문형욱에게 각각 징역 42년형, 34년형이 내려졌고 디지털 성 착취물 유통을 막기 위해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
30일 경찰청은 올 하반기 마약류 사범 단속기간을 연말까지 연장 운영한다고 밝혔다. 교통사고 조사 시 마약류 투약(소지) 여부도 자세히 확인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대표 수식어였던 ‘마약 청정국’은 어느새 옛말이 됐다. 과거 조직폭력배와 유명인들의 이야기로만 다가왔던 마약 범죄가 일상에서 만연해졌다. 경찰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약 범죄에 관한 검거 인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경찰이 7월까지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총 74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검거 인원이 약 14.6% 늘었다. 유흥가와 같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영화관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런데 최근 흥행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후속편이다. 는 누적 관객 수 약 1269만 명을 넘기며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6월 개봉한 은 지금도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며 누적 관객 수 약 800만을 넘었다. 은 개봉 33일 만에 약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9월에는 , 가 개봉 예정이다. 이렇듯 코로나19 이후 극장가의 흥행 공식은 &lsq
7월 A대학 캠퍼스 내에서 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교육부는 사건 발생 후에야 캠퍼스 내 안전 문제에 입을 열었다. 7월 18일 교육부가 발표한 ‘A대학 학생 사망사건 관련 교육부 대응 및 조치’에 따르면 교육부는 해당 대학과 함께 야간 출입을 통제하고 취약 시간대 순찰 확대하며 성폭력 예방 교육을 점검하는 등 학생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대 역시 학내 사각지대 현황 조사 및 순찰 강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대의 안전 대책 실상은 여전히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안성캠의 CCTV 설
지난해와 똑같은 대답이다. 11일 제2차 학사정기협의체(협의체)가 이뤄졌다. 안성캠 총학생회(총학)는 수시 성적 조회 활성화를 요구했다. 대학본부는 이미 교원에게 수시 성적 기재를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으며 규정을 추가해 강제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대학본부는 세부성적공개 규정화가 수시 성적 산출이 어려운 과목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며 교원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원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학생의 권리는 잊혔다. 세부성적을 전달받지 못한 학생은 한 학기 동안의 결과를
몇 년 만의 기록적 폭우는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SNS에 만연하는 강남 일대의 침수 차량 사진들, 천장이 무너지고 물에 잠기는 바람에 정차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이수역, 산사태 경고 및 하천의 범람 등은 재난 문자에 불을 지폈다. 중앙대 역시 일부 시설에 피해를 보고 학내 도로의 통행이 일부 제한됐다. 그런데 단지 빗물의 양이 많아서 침수가 발생한 것일까? 우리나라의 수많은 배수시설은 장식으로 있는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중대신문에서는 이러한 침수로 인해 들춰진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기사들을 접하면서 이번 수해는 단순
개강하면 매주 월요일 중대신문을 읽는다. 학교 소식을 자세히 알 수 있고 유익한 정보도 많다. 중대신문을 읽을 때마다 1980년대 말 대학 시절 추억도 생각난다. 각기 다른 대학으로 진학한 고등학교 동기들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신문을 우편으로 주고받았다. A4 용지에 편지를 쓰고 그 뒷장에 주소를 적었다. 주소가 잘 보이도록 대학신문을 감싼 후 우체국으로 가 우표를 주소 윗부분에 붙여 보냈다. 대학신문은 대학 간 문화를 교류하는 역할을 했다. 인터넷과 디지털이 발전하고 취업 준비에 분주한 이 시대에 고유한 대학문화를 찾아보기 어렵
“황지사와 그 주변 환경 전체가 곧 사찰 문화재라는 것에 현혹되어선 안 됩니다! 지방도는 결국 ‘공물’인 도로이고 그게 본질입니다!” 얼마 전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대사다. 해당 드라마에서는 우영우 변호사가 속한 로펌 한바다와 황지사가 ‘황지사의 국도에서의 통행료 징수 행위’가 위법한 행위인지를 다투는 장면이 연출됐다. 사찰의 관람료 징수 행위에 관한 문제는 비단 드라마 속의 이야기뿐만은 아니다. 실제로 필자는 속리산 국립공원을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가을 나뭇잎 때문이다. 아파트 정문에서 후문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 넓은 도로 사이로 뒹구는 낙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사하기 위해 처음 들어가 본 집은 길가라서 조금 시끄러웠다. 그런데도 베란다 넘어 보이는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반해 하루 만에 계약했다. 십여 년이 지난 오늘도 집 주변의 나무는 한없이 푸르다. 이제 한 달 후면 자신의 온몸을 화려하게 털어내고 오로지 뿌리에 의지한 겨울을 보낼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깨끗이 비우고도 봄이면 또다시 이 세상에서 가장 싱싱한 싹을 보여
가족끼리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 아빠가 종종 꺼내던 말이 있었다. “우리 회사 직원이 ‘이건 틀린 거 아니에요?’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맨날 그러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가끔 기자가 틀린 것과 다른 것을 바꿔말할 때도 아빠는 꼬박꼬박 기자의 말을 고쳐주곤 했다. ‘틀리다’와 ‘다르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서울의 한 카페에서 “사인회 예약이 모두 완료됐다”며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해당 사과문이 공개되자 뜻밖의 단어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바로 ‘심심한 사과’입니다. 심할 심(甚)자와 깊을 심(深)자를 사용해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한’을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심심하다’로 잘못 이해한 겁니다. 비단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