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새로운 중앙(Neue Mitte)’을 내세운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사민당이 승리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국이 현실적인 좌파노선
‘제3의 길’을 선언하며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이때, 한국에선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실질실업자 3백만시대. 이 시대의 굴곡을 좌시하지 않고 직접
뛰어들어 풀려는 이들이 있다.

‘정치모임 사슬’(의장:최기석, 공대 기계설계학과·4)은 만들어진 지 1년밖에 되지 않았
지만 지금까지의 학회나 동아리와는 전혀 다른 ‘정치적인’ 모임이다. 지난해 12월 대선
당시 ‘국민승리21’ 선거조직의 일원으로 출범한 그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알 수 있다. 각
종 민중대회, 실업규탄대회, 노동자 총파업 등 굵직굵직한 사회관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여 그들의 주장을 펼쳐왔다.

“우리들의 모임은 다분히 ‘정치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또래 청년
들의 맹목적인 열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현상황을 그대로 볼 수 없는 비참함에서 연유한
다”고 말하는 최기석군은 먼저 대학내 은폐되어 있는 자본의 무차별적인 잠식성에 대해 지
적했다. 그리고 외부적으로 ‘진보’라는 틀속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외침’을 담아내고
그것을 타조직과의 연계 소에서 결속력을 다질 것인가에 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사슬’은 출범한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체계적인 커리큘럼이나 규정, 조직체계가
갖추어 있지 않아 그때그때의 사안에 맞추어 행동한다. 그 대신에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과
의 컨설팅이나 세미나 등으로 많은 도움과 조직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3, 4학년 등의
고학년들로 구성되어 있는 인원도 그러한 즉흥적인 대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요즘 들어 그들은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가늠하고 있다. 이제까지 홀로 싸워왔던 자신들
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좀 더 실천적인 방향을 찾기 위하여 외부단체와의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국학생연대회의, 전국학생특별위원회, 청년실업을 고민하는 대학생 모임 등
의 단체와 단결하여 청년실업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군은 “지배이데올로기에 휩싸여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지 못하는 중앙대 제주체들에게도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현상황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관성에 찌들린 우리시대 학생들에게도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직 그들에게는 어떤 조직적인 구호도, 체계도, 구성원도 있지 않다. 단지 현상황에 단발적
으로 대응할 수 없는 그들이지만 사회담론의 투영방법을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실험정
신으로 무장한 청년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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