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때로 정확한 의미를 생각해 보지 않은 체 사용되어지는 표현들이 있다. 과거
문민정부 때부터 혼용되고 있는 ‘국제화’와 ‘세계화’란 표현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국제화’는 ‘개인이나 국가가 자율적으로 사고의 영역을 넓혀 국제적인 질서나 규범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세계화’는 그 뜻이 분명하지 않다. 아마도 영어 표
현의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리제이션의 뜻은
‘전세계나 지구를 하나로 생각하는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마치 국제화가 지나
면 다음 단계로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인식되었지만, 이 두 가지 표현은 어느 것이
앞서고, 어느 것이 뒤따르는 개념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정으로 요구되는 것은 국
제화이다.

국제화란 쉽게 말하면, 각 나라에 대한 ‘선입관(stereotype)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남자는 신사고, 독일인들은 모든 면에서 철저하고, 중국인들은 검소하다는 등의 국민적
특성들은 어느 정도 각국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서 오는 것이긴 하지만, 많은 부분 ‘학
습’과 ‘훈련’을 통해서 획득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아마도 영국남자는 여성에게
문을 열어주고, 외투를 받아주기 때문에, 독일인들은 사회질서를 짜임새 있게 만들고 잘 지
키기 때문에, 그리고 중국인들은 새것이 있어도 헌 것을 버리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선입관
으로 묘사되는 것이리라. 한국인에 대한 선입관은 무엇일까.

사람들 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해서도 선입관이 있다. 흔히들 영국은 정치가 발전한 나라, 프
랑스는 문화의 나라, 그리고 미국은 엔지니어링이 발달한 나라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세 나
라의 특성이 공존하는 캐나다는 자국민들에 의해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국가로 주장되기
도 한다.

캐나다가 영국의 정치와, 프랑스의 문화와 그리고 미국의 엔지니어링을 갖고 있다
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캐나다가 영국의 엔지니어링과 프랑스의 정치와 그리
고 미국의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형편없는 나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
리가 만드는 스스로에 대한 선입관은 무엇일까.

IMF관리체제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바람직하지 못한 우리의 특성들을 답습한 체, 새로운
국제적 질서와 규범을 수용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기본적인 사회적 질서를
포함하여, 정치, 경제 및 기업경영의 질서가 투명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이기 못했기 때문에
경제발전의 신기루가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린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가 어려움을 극복
해 가는 작업은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용기와 지혜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변한다는 것, 그것이 국제화의 참뜻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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