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산업화', 독점적 지위 위협.., 일방적 기사작성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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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우리시대 최대의 담론이다. 미래의 설계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
고 인류가 미래 예측 능력을 가진 이래 줄곧 계속되어왔지만 지금처럼 광범위
한 적이 있었을까. 국가와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에게도 미래에 대한 물음은
최대의 관심사가 되었다. 여기에는 21세기 도래라는 시대적 현상과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현실인식이 중첩되어 있는 것 같다.

대학신문의 미래에 관한 질문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3년 후 모든
것, 즉 현상과 인식의 분명한 전환점이 될 21세기 대학신문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동시에 급변하고 있는 환경 하에서 대학신문의 발전과 생존은 가능한가
하는 물음이다. 이는 대학신문이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차원
의 그 무엇을 필요로 한다는 자각이기도 하다.

미래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그간 대학신문은 독점상황의 지위를 맘껏 누려왔다.
대학신문이 겪고 있는 변화의 증후를 종합해보면 독점상황의 안정적 지위가 흔
들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드러난다.

원래 독점은 한 두 개의 기업이 시장을 분할하여 독점적 이득을 취하는 경
우를 말한다. 이 경우 신규기업은 시장참여에 여러 가지 제약을 받는다. 독점
상황에서는 신기술의 도입이나 서비스 차원의 필요성이 떨어지고 독점적 가격
을 형성해 부당이득을 취하게 되는 등 불건전한 시장이 형성된다. 대학신문의
지위를 전적으로 산업의 경쟁 정도를 가지고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대학에
하나의 대학신문만이 존재하는 우리의 현실은 결과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보장
했다. 달리 말해 대학신문은 대학 내의 유일한 공적 매체라는 점 때문에 시장
경쟁논리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대학신문에도 시장경쟁논리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대학
신문의 존재 모태인 대학이 시장경쟁논리 중심으로 운영되어 가고 있는 것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일종의 `대학산업화' 현상으로 투자에 따른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대학을 감싸고 있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라 대
학신문은 홍보지(기관지)이건 사회변혁을 주도하는 매체이건 그 성격에 상관없
이 투자비용만큼의 유형 무형의 효과와 이익을 산출하지 않으면 존재 근거가
위협 당하고 있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 재정배분의 효율성을 들어 대학 내 언론사들을 통폐합하
거나 축소하려는 정책들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시장논리에
의해 조만간 대학신문이 없어지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꼭 이와 같은
형태는 아니라 해도 투자 대비 효과 면에서 매체 기능이 미미하거나 명목상 운
영되고 있는 대학신문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될 것이 분명
하다. 대학신문사들이 이제는 시장경쟁논리에 의해서 공익성 더하기 수익성까
지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언급은 다분히 대학당국에 의한 재원배분 측면에서 대학신문의 독
점상황 지위가 위협받고 있음을 가리켰다. 독점상황을 위협하는 요인은 이 뿐만
이 아니다. 바로 독자들의 이탈에 따른 일방적 구독료 징수 저항 경향을 들 수
있다.대학신문의 운영 재원은 알다시피 이원적 수입구조로 되어 있다. 대학신문
의 재원은 기본적으로 이원적 시장, 즉 강제징수 성격을 가진 구독료와 광고료
수입 구조를 병합하고 있다. 공영방송을 내세워 시청료 강제징수와 광고수입의
이원적 시장구조를 갖추고 있는 KBS와 흡사한 꼴이다. 대학신문은 KBS와 마찬
가지로 이원적 수입구조를 갖추고 있으나, KBS와 같이 1TV, 2TV 채널 구분에
의한 공공적 성격과 흥미를 하나의 지면에서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대학신문 독자들이 이탈하고 있다. 지금의 학생 독자들은 예전과 같은 충성스
러운 독자들이 아니다. 대학신문의 독자들은 신문의 모든 기사를 다 읽는 충성
스러운 독자들이 많았다. 강의실과 교정곳곳에서 줄을 그어가며 대학신문을 읽
는 독자들을 예전에는 쉽게 목격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의 독자
들이 신문을 거의 읽지 않거나 제목만 보는 위험한 독자로 전락하고 있다. 대
학신문이 독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이탈의 이유겠으나, 다양한 뉴미디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활자매체를 기피하는
요즘 독자들의 취향의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어쨌든 독자들은 대학신문보다 값싼 매체 사용료를 내고도 만족이 큰 다른
매체가 있다면 곧 그리로 이동해 갈 것이다. 이 때 나타나는 현상은 대학신문
의 강제 구독료징수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투자에 의한 효과
는 대학당국만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실제 재원을 부담하고 있는 독자 즉 학
생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각자 부담한 구독료만큼 유형 무형의 효과를 얻
지 못한다면 독자들은 구독료 강제 징수 방식에 저항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독자가 이탈한다면 광고효과 감소로 대학신문의 광고료 수입도 지금보다는 현격
하게 줄어들 것이 뻔하다.

새롭게 나타나는 정보통신매체 중 대학신문과 직접적 경쟁관계로 부상할 수
있는 것으로 PC통신과 대학방송을 들 수 있다.국내 PC 보급이 빠른 속도로 늘
어나고 있고, PC망을 이용한 정보통신시장의 사업가능성이 점차로 밝아지고 있
다. 개인 PC 보급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이들소유자 중 PC통신 가입자가
절반에 육박하고 있어 대학신문의 대안적 매체로 급부상할 여지가 크다.

PC통신은 신문과 달리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이용할 수가
있다. 화상이나 도표의 전송도 가능하고 다수의 사람들과 동시에 의견을 교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뉴스정보의 DB를 검색할 수 있다는 점은
대학생들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매체가 된다. PC통신은 대학신문의 대안매체
기능을 가질 수 도 있다. 형태만 다를 뿐 언론기관으로서의 역할을 PC통신이
맡는 방식이다.또 하나는 현재 천덕꾸러기가 되다시피한 대학방송이 PC통신망
과 결합하여 속보성을 강화하고 수용자를 확보한다면 대학신문을 대신해 대학
내의 주도 매체로 자리잡을 수가 있다. 대학신문은 이처럼 새롭게 출현하는
매체나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기존매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대학신문은 이러한 변화 앞에서도 여전히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관계로
기존의 관행이나 조직체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제도언론에
대한 대안매체와 학생운동의 연장선 상에서 대학신문을 고민하고 있다. 진보적
성격의 강조는 그 자체로는 바람직 하나 여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내포되어 있
다. 변화의 흐름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과 독자 중심이 아닌 제작자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학신문은 독자대상의 확대를 고려해왔음에도 아직까지 제작주체 중심의 일
방적 송신자 역할을 강조해왔던 사실이다.이제는 대학신문들이 독자들의 요구
와 필요에 적극 부응해야 하며, 시장경쟁논리에 따른 독자위주의 제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학신문 독자들은 이제 더 이상 계도의 대상이나 동지적 지원
세력이 아니다. 시장경쟁논리 차원에서 소비자로 독자들을 이해하고 상대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장경쟁질서 차원에서 제작자 중심이 아닌 수용자인 독자의 입장에서 매체
의 성격을 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결론적으로 대학신문은 도도하기
그지 없는 변혁기를 맞아 그간의 행로에 대한 점검과 아울러 매체 성격을 다
시금 정립해야 한다. 즉 뉴미디어시대와 정보화시대를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에
해당하는 21세기 대학신문의 `지형그리기'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하겠다.

최낙진<정경대 신문방송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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