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의혈창작문학상 시부문 심사평


학생시인들의 시작품을 읽으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시를 너무 어려워한다는 것을 느꼈다. 시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시를 정의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시를 정의하기 어려운 것은 시야말로 모든 예술의 핵심에 해당하는, ‘아트만(Atman)'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며, 다시 말해 모든 좋은 예술작품에는 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 시는 ’참신성‘을 기본적인 뼈대로 하고 있으며, 의외로 단순하고 간명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창작하는 사람들은 꼭 복잡하고 어렵고 슬프고 심각해야 한다고 착각하곤 한다.

마지막까지 검토한 작품은 송인석의 <그리운 로조풍> 외 7편, 최승현의 <오래된 종이> 외 7편, 김미리의 <빗속의 사진사> 외 6편, 박찬세의 <소리를 모으는 사람> 외 9편, 김지훈의 <선풍기> 외 8편, 권민자의 <어둠을 깁다> 외 7편, 전예지의 <비> 외 7편 등이었다. 이들 작품들은 대체로 수준급의 솜씨를 자랑하면서도, 그 솜씨는 주로 ‘비유’와 기교를 멋들어지게 구사하는 데 집착하고 있었다. 비유의 막을 뚫고 들어가보면 비유의 내부는 허무했다. 또한 어둡고 칙칙한 세계를 지나치게 편애한 나머지 웃음과 울음이 공종하는 삶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오래 논의했지만 우리는 당선작을 찾지 못하고, 결국 권민자의 <소금쟁이>와 전예지의 <고백>을 가작으로 뽑기로 했다.

권민자의 시는 기교를 부리는 솜씨가 충분히 숙련되어 있다. 특히 <소금쟁이>는 슬픔을 상징하는 듯한 ‘소금’을 버리면서 살아가는 생명 있는 것들의 아픔을 깔끔하게 그려냈다. “평생 물에 살았으면서도/물처럼 살 수 없었다”는 몸의 최소한만을 물과 접촉하고 살아가는 소금쟁이의 생태를 잘 보여주는 한편, 자연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자연을 배반하는 사람들의 삶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금쟁이’라는 이름으로부터 ‘소금’을 끌어내는 것은 억지스럽다. 소금쟁이의 생태를 더욱 세밀하게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전예지의 시가 우리 일상 속에 깃들여 살고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간판한 듯하다. 그는 어렵지 않게 시를 찾아내고 또 어렵지 않게 시를 완성한다. <비>와 <고백>이 그중에서도 더욱 눈에 띄었다. <비>는 아빠에게 맞는 엄마의 모습을 능청스럽게 그린 작품이고, <고백>은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수십만 명이 자연재해와 기아로 인해 죽어가는 모습과 애완견의 호화스런 생활을 대비해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비정함을 고발하고 있다. <고백>이 삶의 아이러니를 더 잘 그려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가작으로 선택되었다. 전예지의 시는 발상은 뛰어나나 마무리가 미약하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심사 : 오준(시인)

         차창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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