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의 노래
노을이 거지떼처럼 몰려 온다
사내들이 오기 전
양푼에 식은 밥 가득 담아 쉰 김치 쫙쫙 찢어서 먹고 싶다
쉰 김치 같은 등이 흰 쌀밥 같은 나를 윤기나게 비쳐준다
문득 어젠가 엊그제 먹었던 갈치가 떠올랐다
가시가 사내의 성기처럼 목에 박혔고
턱턱 가슴을 치며 눈물 몇 방울 찔금거렸다
짭쪼롬한 눈물이 혀에 닿는 순간
할머니가 이야기 보따리 풀어 놓듯이
눈에서 소금이 쏟아져 나왔다
내 몸에 이렇게 소금이 많았나, 어쩌면
나는 물고기였을지도 모른다
넌 말이야, 깊은 수면 속에서 늦잠 자는 걸 좋아했었단다
물론 가끔 느릿느릿 파도를 가르기도 했지
특히 네가 좋아했던 건 오색 비늘 한 땀 한 땀 손질하는 거였어
그러다 어느 날 덜컥 그물에 걸려버리고 만게지
팔뚝 굵은 어부에게 패대기쳐진 뒤
소금에 흠씬 절여졌지 뭐냐
그런데 오늘따라 왜 사내놈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야
권민자
숭의여자 문예창작과 2학년 재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