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동남아 국가의 평가절하경쟁 그리고 연이은 동남아 통화폭락과 중
화권 금융위기 확산. 이는 곧 아시아 전역으로 금융위기의 확산을 불러온다. 그에따른 아시
아 전역의 증시폭락과 외국자본의 철수. 결국 일본과 미국의 위기 확산은 물론 미국의 주가
폭락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세계 대공황이다.

지난해 7월 태국의 바트화 폭락이 가져온 동아시아 통화위기가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이
후 급속히 세계 경제를 뒤흔들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가능성을 높
게 하고 있다. 과연 세계 대공황은 도래할 것인가.

‘대공황의 세계’의 저자 찰스 P. 킨들버거(Charles P. Kindleberger)는 이러한 물음에 대
한 답을 1930년대 대공황에서 찾고 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전에는 영국이,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1·2차 세계대전 사이의 기간에는 어떠한 나라도 리더
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결국 그러한 지도력의 부재가 대공황을 불러 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킨들버거는 오늘의 상황을 그의 논리틀 속에 대입시킨다. 그는 오늘의
상황이 자국의 경제적 이해만을 고려했을뿐 상호간의 결집력이 매우 약했던 30년대의 그것
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 현재 스캔들 정국으로 떠들썩한 미국이나 유럽통화
통합을 앞두고 마르크화의 가치와 저인플레 정책에만 여전히 중점을 두고 있는 독일 모두
상호공조나 강력한 지도력에 대한 기대를 더욱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킨들버거는 이처럼 통합의 구심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오늘날 “경제적으로 강력한 나라가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통일성과 안정성을 잃고 혼란에 빠지게 된
다”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강력한 지도력만이 위기 해결의 열쇠라고 매듭짓고 있는데, 최
근들어 그의 주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어 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일보 조용래 연
구위원은 9월2일자 신문을 통해 상호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공멸은 피할 수 없다면
서, “국제적 협조를 통해서 선진 각국은 우선 금리를 낮추고 달러의 대외 유출을 유도해
내며 또한 수요증진 정책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늘
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선진 각국의 상호공조를 통해 강력한 리더십을 창출해
내야 한다’는 킨들버거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시사저널
장영희 기자의 다음과 같은 결론은 오늘날 경제위기에 처한 우리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제시해 주고 있다.

“세계 대공황의 뇌관은 중국이 쥐고 있다. 그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일본이다. 그러나 일본
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미국이다. 세 나라는 협조와 갈등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겉과 속이 다른 세 나라가 최종 조율에 실패할 경우 공멸하리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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