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오는 환자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가 시리다'라고 호소한다. 이
중에는 물론 이가 아픈 것을 시리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많고, 잘못된 보철
치료 덕분에 이가 시리기도 하다. 그러나 환자들 뿐만 아니라 병원 안에서
만나는 직원들도 자주 말하는 것을 보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찬물을 먹을 때
마다 이가 `시린' 것을 꾹 참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본
인도 가끔 그런 것을 느끼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가 `시린'증
상을 호소하는 것을 보면 이를 치료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치료의 어려움은 그 원인의 다양함과 다른 한편으로는 환자의 협조가 없
으면 대부분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가 재발하기 때문이다.

시린 이의 원인은 환자의 습관과도 관계가 있다. 먼저 게으른 사람은 사회
생활에서도 문제지만 구강 환경도 좋을 리가 없다. 이런 사람은 한번 혹은 귀
찮다 싶으면 물 한 컵의 양치질로 하루를 끝내기도 한다(손발은 말할 것은 없
다). 이럴 경우 젊고 건강해야 할 때야 모르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잇몸
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게 되고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치조골이 흡수되면서
잇몸도 자연스럽게 위축되게 된다. 사과같은 과일을 먹을 때마다 피가 묻어 나
오고 잇몸이 주저 앉으면서 치근(이의 뿌리 부분)이 노출된다. 이 치근은 그
위 부분과 달리 상당히 예민해서 약한 자극-찬물이건 더운 물이건-에 쉽게 과
민성을 보이게 된다. 또한 잇몸과 치아에 축적된 치태에 있는 세균들이 생성하
는 산성물질도 한 몫을 하게 된다. 이것을 이른바 `풍치'라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가탄'을 찾게 되지만, 자신의 성격을 고치지 않는한 계속 고생만
하다가 틀니 사용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아주 깔끔한 사람들 또한 평소 깔끔하지는 않지만 칫솔질 만큼은 세
계에서 제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물론 대다수는
정확한 칫솔질로 잇몸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
수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칫솔을 한 달이 멀다 하고 바꾸고 항상 칫솔
모가 바깥으로 다 쓰러져 있게 되고, TV에서 나오는 터프가이처럼 좌우로 큰
소리를 내며 열심히 이를 닦는다.물론 이는 깨끗해질 수 있지만 불행히도 치
약 성분의 대부분은 마모제이기 때문에 이가 점점 닳게 되고 특히 잇몸 쪽에
가깝고 치근 부위가 노출된 부위는 급속도로 패여 나가게 된다. 이런 경우 보
통 V자 형태로 패이게 되어,이 부위에서 `시린' 것을 호소하게 된다. 심한 경
우 치수(소위 `신경')가 노출돼서 치아에 염증을 야기하는 경우까지 생긴다.마
지막으로 슬픈 얘기지만, 나이가 들어서 잇몸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이다. 수십년 동안 음식을 씹고, 말하고, 이를 갈고 하는 동안에 잇
몸의 노화는 수축으로 나타나서 치근을 노출시키는데 노출 정도로 비해서 `시
린' 정도는 위의 두 경우에 비해서는 덜한 편이다.

정호균<중앙대 용산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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