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업소는 서점에서 판매하는 서적은 제본하지 않습니다’


 작년부터 1캠 문과대 복사실에서는 위와 같은 문구를 볼 수 있다. 대학가의 제본이 끊이지 않자, 이를 바라보는 외부서점이 학내로 눈을 돌려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학기 때마다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교내외 불법복사에 또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1일, 한국복사전송관리센터에 의하면 대학가 작년 한해간 불법간행물이 전년도에 비해 무려 43%나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고 한다.


 1캠의 경우 학내보다는 학외에서 학생들이 자의적으로 하는 제본수치가 높다고 문과대 복사실 관계자는 말문을 연다. “실제로 무작위로 제본은 성행하지 않으나 학생들이 학내에서 할 수 없는 불법제본은 학외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제본 자체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편 2캠은 제본의 종류 중 교양관련서적이 대다수를 이루었다. 이는 학생들이 전공서적은 대부분 구입하지만, 이와 걸맞게 교양서적의 값도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2캠 복사실의 한 관계자는 “불법인 줄은 알지만 학생들이 직접 제본을 요구하게 되면 복사실 재정운영상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
 
타 대학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려대에 재학중인 K양은 교외 복사집에서 판매하는 국내 복사본의 가격이 2만원이 넘는 경우가 없으며 특히 모 교양수업의 경우 4명 중 1명꼴의 학생만 정본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지난 달 E대학가 앞 복사집에서도 국내를 비롯한 원서 불법교재가 무려 300여권이나 적발된 사례가 있다.


 제본을 둘러싼 문제는 교수, 학생, 출판사 모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그 해결이 쉽지 않다. 매번 불법복사를 하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았다면, 이제는 제본에 있어 문제의 핵심은 바로 대학교재의 수급구조에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대학교재 종류는 지나치게 많고 그 수요는 적다.


이에 출판사는 수업 교재일 경우 일정한 수강생들로 인해 어느 정도 수익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그 사이에 저자와 출판사간의 책값 책정과정에 있어 부풀린 값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전체 책의 3분의 1정도만 수업에서 소화 하고 있는 실정이라 제본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복사 근절’을 외치지만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자는 오직 판매량 올리기에 주력한 상업적 출판사일 뿐이다. 대학생이 무감각적으로 불법복사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저자와 출판사간의 이루어지고 있는 거래 속에서, 오늘도 대학주변의 복사집은 음성적인 불법복사로 환한 불이 켜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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