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 학교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어딜까. 카운터 앞에 길게 줄선 사람들이 임박한 수업시간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며 차례를 기다리는 곳, 바로 구내 서점이다. 

 “일반서적들의 종류가 거의 없다. 어쩌다 들러도 교재만 구입하는 분위기라 빨리 나올 때가 많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종희씨(국어국문학과 3).  실제 중앙대 구내서점을 찾아보면 강의 교재와 영어 관련 서적을 제외한 다른 종류의 책이 차지하는 자리는 매우 적다.

학내에 자리한 서점은 1캠, ‘청맥’과 2캠 ‘내창이형 맑은 책집, 그리고 학생문화관 내 서점. 총 세 군데. 사정은 모두 비슷하다. 취급하는 책의 90% 이상이 교재로 이루어져 있는 것. 인상적인 것은 서점 내에서 교재와 일반 책이 배열되어있는 방식의 차이다.

일반서적이 책꽂이에 꽃혀 있다면 강의 교재는 의무적인 구입량이 많기 때문에 평단에 쌓여있다. 교재 이름만 얘기하면 바로바로 찾아준다. 분류 항목이 단대별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구내 서점만의 이색 풍경이다.

이처럼 학생들 일상 영역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는 구내 서점이 단순히 교재 구입처의 역할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재고해 볼만한 점이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학의 서점이기 때문이다. 서점이 갖는 문화적 공간의 의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단순히 책을 구입하는 공간 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효원씨(산업대 식품공학과 2)는 “물론 책을 구입하는 곳이 서점이지만 잠시 짬을 내어 어떤 책이 있는지 둘러볼 수 있는 여유공간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은 강의 교재 이외의 책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학생들에게 물을 수 있다. ‘인문학을 살리는 데 기여하자’는 생각에서 밖에서 운영하던 책방을 접고 학내로 들어왔다는 청맥의 주인 정진용씨.

하지만 일반 서적을 찾는 학생들은 거의 없어 결국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처음엔 대학원에 독서감상문을 받기도 하고 강의 교재 이외의 책은 10% 할인해 주기도 하는 등 여러 전략을 내세워봤지만 학생들이 책을 안 읽는 데는 방도가 없었다”며 취업 공부에 치여 책읽을 시간이 없는 대학생들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전한다.

사정은 타대학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본부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동국대 서점의 경우도 전투하듯 한달 벌이로 6개월을 버티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인터넷 정가제 전까지는 학생들도 많이 오고 했는데 요즘은 거의 찾지 않는다”고 관계자는 말을 전한다.

학교 인근 상권이 비교적 멀리 자리하고 있어 학내 고정 인구가 많은 서울대의 경우는 그나마 규모나 서적 종류 면에서 타대학에 비해 나은 편이다. 교직원들을 위해 유아동 도서가 마련되어 있기도 하고 책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앉아서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의자도 구비되어 있어 한결 들르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모든 서점이 그렇듯이 상황이 그렇게 여의치는 않다. 서점 관계자는 “서점에 직원배치를 많이 하고 공간을 많이 배정하는 게 소모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대학 공간인 만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명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들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탄식 이전에 교재 구입처로 전락해 가는 구내 서점에 대한 각 구성원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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