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려운 건 모든 사람들이 너의 존재를 희미하게 느끼고, 결국은 잊혀
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야"라고 말하던 학생이 있었다.

순수함이 묻어나는 영화를 보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의 흥분된 감정,
케니G 음악의 잔잔함과 예반의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라는 시를 좋아했던
그녀는 지난 KAL기사고로 더 이상 볼 수 없게된 변선미(정경대 응용통계학과
.2)양이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실했고 늘 명랑하고 적극적인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런 변양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지난 4월, 엄하시지만 자상하셨던 아버지가
암으로 고생하시다 눈을 감으신 때부터였다. 밝은 성격때문인지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그리고 아버지 일로 힘겨워 하시는 어머니를 위로해 드리
려고 언니와 함께 괌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그 위로여행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여행이 되고 말았다.

PC통신을 통해 가슴아픈 변양의 사연을 올린 같은 과 김용군은 변양이 자신
에 대한 느낌을 물었을 때 "너는 난꽃과 같은느낌이 든다. 난을 대하듯 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때론 동생같다는 느낌도 들만큼 순수
했고 더없이 소중했기에 이번 사고로 신의 존재를 믿고싶어 졌다는 그는 선미
에게 잘해 주라던, 어머니를 동시에 잃어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프다고 했다.
중앙대 학생들에게 하고픈 말이 없냐는 물음에 "신문에 실린다고 많은 사람들
이 슬퍼해 주리라고는 믿지 않아요. 하지만 선미를 잠시라도 기억 하셨으면
그아이가… 가장 두려워 했던 거니까." 라며 어렵게 말을 이어 갔다.

때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일상 속에 우리가 알았음직한 혹은 지나치기에는
가슴아픈 슬픔이 베어있을 때가 있다. 그리고 아주 가끔 우리는 무관심이란 도
구로 그런 일련의 사고들을 의식의 저편으로 던져버린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
다. KAL기 사고 역시 이미 우리의 의식밖에 자리잡고 있었는지 모른다. 김용
군의 말처럼 슬픔을 공유해 줄 사람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고
에서 언젠가 만났을 법도 한 우리의 학생이 죽었다면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기
억 해 주는 것은 어떨까.

끝으로 변선미양이 좋아했던 예반의 시를 변양에게 진실했던 사람과 잠시라
도 슬퍼해 줄 사 람들에게 바친다.

변선미양과 그녀의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먼저가신 아버지
의 명복을 기원하며….

지난 밤에도 당신은 내게로 와서

또 다시 잃어버린 사랑을 이야기 했습니다.

어떻게 그 아픔을 이겨내야 할 지

당신은 내 어깨에 머리를 묻고

물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며

내일이면 다시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마침내 당신은 마음이 가라앉아

내뺨에 입맞추고는

당신의 세계로 날아갔습니다.

<홍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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