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세상을 등지고 떠나던 시절은 아주 옛날인 것인가. 오늘도 새들은
세상을 떠나가고 있는게 아닐까?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마하고 노래하던 황지우의 시속에 80년대의 암울했던
시대상이 배어나온다. 그 시대속에 광주가 있었고 `광주'라는 이름은 어느새
우리에게 상처로 자리잡았다.

강산이 두번 정도 바뀌어 새로운 밀레니엄을 불과 3년 앞둔 지금. 이제 그
상처위에 새 살이 돋는다.

'97 광주 비엔날레'

지난 95년 `국제 현대 미술의 물결 상륙'을 알린 첫 대회이후 2년만에 열
리는 이번 대회는 9월1일부터 11월27일까지 광주중외공원 문화벨트 일원에서
88일간 열리게 된다.

`지구의 여백'이라는 다소 추상도가 높은 철학적 개념의 본주제에서 풍기듯
밀도와 질의 강조가 심상치 않다. 특히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 프랑스 리옹비엔날레에 이어 열리게 된다는 측면에서 세계 유수의
비엔날레와 어깨를 겨룰만 하다.

1회 광주비엔날레가 세계 미술현장 곳곳에서 뛰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
성이 돋보이는 무대였다면 이번 비엔날레는 이미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세계
적 대가들의 작품이 대거 선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의 카피탈지가 선정
하는 `세계 1백대 미술가' 순위에서 최근 몇년동안 1위를 놓치지않고 있는
미국의 비디오아티스트 브루스 나우만을 비롯해 빌 비올라, 로즈마리 트로켈
등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여기에 베니스 비엔날
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강익중씨등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도 13명이 참가해
`지구의 여백'이란 질문에 대한 각자의 해답을 내놓는다.

본전시가 세계미술의 흐름을 탐구하고 있다면 특별전에서는 우리 미술의 과
거를 되짚고 미래의 가능성을 전달한다. 특별전중 `일상, 기억, 그리고 역사
전'은 해방공간, 한국전쟁, 군사독재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각 시대를 수놓은
사진, 만화, 영화 등의 시각물을 전시한다. 특별전의 또다른 주제인 `도시의
꿈전'은 시민들이 작품제작에 함께 참여하여 도청 앞, 금남로, 예술의 거리,
공항, 중외공원 일대를 무대로 벽화와 그래픽, 설치작업을 펼치게 된다.

그외에도 동서양 거장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 동서명작전, 미래의 한국미술을
예견해 보는 청년정신전 등과 5.18 국가기념일 지정을 기념하는 통일미술제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이번 2회 대회는 비엔날레가 비중있는 미술전람회
로 세계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대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적 아이덴티티가 서구 미술과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되고 아시아에서
현대 미술의 명실을 일본으로부터 한국으로 옮길 계기가 되어야겠죠." 대회
를 주관하는 송언종 광주시장의 다짐이다.자유의 극한을 추구하는 현대 미술
의 기본속성과 억압을 거부해온 광주인들의 역사적 전통이 운명적인 만남의
장을 이룰 `97광주 비엔날레'. 이 지역의 얽힌 한을 한차원 높은 인간 정신
의 향연으로 승화시킬 `광주'는 역사속의 또다른 이름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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