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서를 읽다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머리가 나쁘다고 자책하지 말고 오역이 아닌지 의심해 보라’는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은 통역과 번역분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일비재하는 오역 시비 중에도 번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완벽성을 목적으로 끊임없이 관철하여야 하는 것이겠지만, 얼마전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 오역 파문만 보더라도 한국에서 통번역분야의 한계와, 뒤따라오는 전문 인재 양성 시스템 필요성의 제기는 다소 예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의 통번역 전문 교육기관은 전문 통번역대학원으로 따로 분리되어 있는 한국외대와 이화여대 등 7개 대학과, 통번역학과가 일반 대학원 과정에 포함된 몇몇 학교가 있다. 그러나 이들 교육기관이 배출하는 인력의 숫자로는 국제화시대를 맞아 날이 갈수록 수요가 늘어가는 전문적인 통번역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에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2005학년도 후반기부터 신설될 중앙대 국제대학원 전문 통역번역학과 과정은 기존 국제대학원에서 익히는 국제학 전문과정과 통번역 분야를 결합하여 ‘두 마리 토끼’를 꾀하고 있다. 실제로 통번역교육기관에서 배출하는 고급 인력 중에 전문 분야의 역자 배출은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

국외번역서와 국제관련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이 통번역 실력뿐만 아니라 그 분야에 해당하는 전문적 배경지식을 요구하고 있어, 제 아무리 통번역실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오역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통번역학 과정의 신설은 기존 국제대학원 석사정원 수요 감소 추세와 더불어 현 상황에서 통번역 인력의 수급이 원활한 점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태현 국제대학원 교학부장은 “통번역분야의 수요가 일반대학원보다 많은 실정을 감안하여 국제실무와 전문통번역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신설된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통번역학과정 신설에 대해 국제대학원 측에서는 실무능력의 보완을 통한 타대 대학원과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두고, 국제정세에 능통한 통번역가의 양성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통번역학만을 제대로 전공하기에도 벅찬데 두 개의 학문을 동시에 제대로 이수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이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존 통번역대학원 진학과정은 해당 외국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을 조건으로 요구할 정도로 매우 까다롭다.

설사 진학했다 하더라도 졸업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 실제로 한국외대에서는 통번역대학원 진학자 중 과락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차례에 걸친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수료에만 그치는 학생이 10%에 달한다는 자료가 제시되었다.

이러한 실정에서 중앙대 통번역과정에 개설된 커리큘럼은 박사과정이 아직 개설되지 않아 시간이 촉박한 편이다. 2년간의 석사과정 내내 통번역 분야만을 공부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공부량에 비해 그 분야에 배치된 강의수가 수적으로도 적을 뿐만 아니라, 심화된 과정을 이수하기에도 부족한 측면이 있다.

신설된 교과과정은 통번역과정 전공 시 ▲공통필수 ▲선택 ▲전공필수 ▲통역교과과정 ▲국제전문필수 및 선택과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총 60학점 정도 중에 통번역 과정 학점 배정은 40학점 정도.

나머지 20학점은 국제전문 필수 및 선택과목에 해당하는 국제학 분야에 배분되어 있다. 외대 통번역대학원의 경우 통번역분야의 강의로 개설되어 석사 졸업까지 필요로 하는 최저 학점만 해도 2개 언어과정 44학점, 3개 언어과정 54학점에 달한다.

또한 영어·중어·노어의 세 개 언어로 한정된 개설과정에 대해서도 목소리가 높다. 국제대학원 측에서는 “경쟁력 있는 언어로 구성된 것이며 앞으로 다른 언어 과정을 더 개설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4학기의 석사과정만이 개설되어 있는 중앙대의 경우, 통번역학의 전문적인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계획성 있는 교과과정체계를 필요로 할 것이다. 현재 요구되고 있는 대부분의 전문분야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번역을 기피하는 까닭에, 전문인력 부재에서 비롯되는 오역과 그것이 불러오는 번역서의 한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국제대학원의 전문통번역학과는 물론, 국내 통번역전문교육기관은 고급번역인력 양성을 위한 모색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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