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가 다르다. 소격동이 도심 속의 한적함이 묻어나는 은근한 향이었다면 돼지머리가 일찌감치 관객을 반기는 낙원상가 입구는 국밥집 너머 시끌벅적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이다.

지난 달 소격동에서 낙원상가 허리우드 극장으로 이사한 서울 아트시네마. 재개관 상영제 ‘시네필의 향연’이 펼쳐지던 지난달 28일. 새 보금자리에서 손님맞이 준비로 바쁜 프로그래머 김성욱씨를 만났다.

△ 낙원 상가로 이전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이전한 지 얼마 안 돼서인지 관객이 많이 줄었다. 전시 공간과의 연동이나 교육적 프로그램 등 계획했던 사업들을 당장 진행하기는 힘들게 된 점도 좀 아쉽다.

하지만 전보다 스크린과 객석 사이 거리가 가까워져서 영화를 관람하는 환경은 좋아졌다. 음악회와 함게 보는 무성영화 상영회의 경우, 건물 자체가 악기상가이기 때문에 피아노 대여가 간편한 것도 유리한 점 중의 하나. 

△ 피카디리나 단성사 등 종로엔 멀티플렉스 상업 상영관이 많다. 서울아트시네마와는 성격이 많이 다른데.

멀티플렉스는 상업적으로 불가피한 흐름이다. 하지만 극장의 다양성도 영화의 다양성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다. 예술영화 전용관이라든지 교육적 목적의 전용관이라든지, 프랑스의 퐁피두센터처럼 미술과 어우러진 복합문화시설이라든지 다양한 극장의 모습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영화적 체험이라는 게 영화의 내용을 통해서도 될 수 있지만 영화와 연동되는 공간적 체험도 무시할 수 없다. 큰 스크린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시각적인 원체험이 (멀티플렉스의) 작은 스크린 때문에 상실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 시네마 테크로서 서울아트시네마의 존재의의와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인가.

일반 개봉관의 경우 무수히 많은 영화들 중에 대중성이 있는 것들이나 유명 작품들로 취사 선택을 하게 된다. 여기서는 영화를 좀더 이해하기 위해 기획을 통해 재평가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그리고 보통 영화가 단기간의 일회성 상영에 그치는 데 반해 지속적인 재상영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게 하는 데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영화가 보존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상영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보존책일 것이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영화관 안의 사람들이 함께 은밀히 나누는 공동의 꿈이라고 한다. 극장을 들어서는 입구의 시장통 향수나 영화 시작을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그 공간 모두 영화적 체험의 반열인 셈이다. 서울아트시네마의 새로운 시·공간은 이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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