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에게 완전한 행복을 주었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병이 오기 전에는 우리가 정말로 행복했다는 점입니다. 그건 모두 당신 때문입니다” 제임스조이스와 더불어 당대 최고의 모더니스트 작가로 꼽히는 버지니아 울프가 강물에 빠져 자살하기 며칠 전 남편에게 남긴 유서의 일부이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철학가 질 들뢰즈. 철학이란 그자체로 형식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결론 지은 그이기에 신념보다 형식을 쫓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의 죽음은 비철학적으로 평가 받는다. 

우리에게는 해바라기로 유명한 화가 반고흐는 ‘인생의 고통이란 살아 있는 그 자체다’라는 말을 남기고 리볼베 권총을 가슴에 발사한 채 서서히 죽어갔다. 그룹 너바나에서 보컬과 기타를 담당했던 커트 코베인은 엽총으로, 미국시인 하트크레인은 보트에서 뛰어내렸다.

뿐만아니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는 굵직굵직한 문필가, 화가, 철학가 등 일명 예술가로 지칭되는 사람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갱이나 샤토브리앙처럼 자살미수에 그치는 경우도 있고 괴테처럼 문학 작품 내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도 있다.

 이처럼 자살로 생의 종지부를 찍은 상당수의 위대한 예술가들. 이들은 삶의 절망적 상황과 대면해 자신의 죽음에 대한 나름대로의 내적논리를 갖고 있었다. 자신들의 예술적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고통스러워 했던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또한 그들은 작품을 통한 내적세계와 현실과의 괴리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자살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 비교적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직업자보다 조울증이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이 많으며 이러한 감정의 폭이 깊어지면 자살충동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한다.

인간 심리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하려 했던 수많은 예술가들.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결코 찾아 낼 수 없었던 고요함, 내적 평정에 도달하기 위해 작품이 아닌 실제 삶에서 스스로를 파괴하며 예술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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