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실은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낯선 공간이다. 응급실에서 병상을 비추는 푸른 빛이 감돈 형광등은 어떤 환자에게는 단지 지나치게 차가운 불빛이고, 또 어떤 환자에게는 ‘구원의 빛’이다.

어둑어둑한 바깥 풍경과는 달리 유독 밝은 빛을 내뿜고 있는 중앙대 병원 응급실, 생명과의 숨가쁜 전쟁을 치루고 있는 그곳에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응급의료센터’라고 쓰여진 빨간 색 간판을 통과하자마자 눈에 가장 먼저 띄는 것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간호사와 의사들의 모습이었다.

금요일 오후 7시, 아직까지는 한산한 병동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그들은 환자의 상태와 진료차트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병동 안에는 다리를 다친 환자와 소화불량으로 찾아 온 어린이 한 명이 응급치료를 받은 채 누워있었다. 

얼마 후 경찰차 한대가 병원에 들어섰다. 경찰 두 명의 보호아래 한 40대 남자가 눈을 다친 채로 응급실로 걸어 들어왔다. “이게 뭐얏! 나도 피해자라고… 답답해 미치겠네” 여러 가지 치료가 진행되는 처치실에 들어간 그는 무엇이 불만인지 연신 호통을 내치고 있었다.

처치실 밖에 있던 경찰들은 몇 가지 확인절차를 끝내고 돌아갔으며 40대 남자는 치료를 끝내고 응급실 침대로 옮겨졌다.

총 33병상이 가지런히 줄을 지어 들어서 있는 병원 응급실, 이곳을 방문한 환자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병원 응급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바로 ‘왜 환자를 이렇게 방치해 두냐’고 외치는 보호자의 불만섞인 음성이다.

아픈 환자를 이끌고 보호자의 자격으로 어렵게 응급실을 찾았지만 치료와 보호를 애타게 원하는 그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사무적이고 무관심한 의사들의 태도가 대부분 서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권남호씨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경우에는 환자의 위급상태를 A,B,C로 나누어 상태가 심각한 환자부터 치료를 시작한다”며 “정해진 순서에 의해 먼저 상담을 하고 결과에 따라 진료를 시작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오해도 많이 받는다”라고 말한다.

그는 환자들이 밀려드는 상황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응급실 인력으로 환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쏟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병원의 응급실은 ‘적자운영’에 시달린다. 미국의 경우 정부 자체적으로 많은 의사들을 응급실에 배치하고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응급실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한 정책으로 인해 많은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오후 9시 20분경, 초록색의 급박한 불빛을 내뿜는 119 구급차가 병원 정문을 통과했다. 순간 조용했던 응급실이 분주해진다. “산에서 다리를 다쳤나봐요. 고통이 큰 것 같은데…” 환자를 눕힌 이동식 침대가 응급실 안으로 실려 들어가는 동안, 걱정스러운 눈빛을 한 몇 명의 119 구급대원들이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악, 아파요. 다리가 너무 아파요” 연신 아픔을 호소하는 환자는 응급실이라는 낯선 공간이 두렵고 싫은 모양이었다. 

새벽 2시, 자정을 넘긴 응급실은 한층 더 바빠졌다. 금요일을 지나 토요일을 향해 달려가는 새벽 시간대는 유독 술에 취한 채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응급실을 찾는다. 응급실 앞 타일에는 언제부터인지 섬뜻한 피 몇 방울이 흥건히 적셔 있었다.

응급실 밖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뒤로 한 채 안에서는 의사들 몇 명이 상처를 치료하는 간단한 수술이 시작된다. 날카로운 메스와 붕대를 양 손에 든 채 초록색 가운을 입은 의사와 정신을 잃은 환자의 모습이 처치실 밖의 유리창을 통해 보였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한 아주머니가 자신의 아들이 행여 잘못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그 광경을 애처롭게 지켜보고 서 있었다.

응급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새벽을 지나가는 이 시간까지 의사들은 쉴틈도 없이 환자를 상대한다. 가끔 험한 소리를 하는 술에 취한 환자까지 꼼꼼히 치료해 주어야 하는 것까지 그들의 몫이다.

3명의 의사가 48시간동안 꼬박 응급실을 지켜야 하며 환자가 없는 시간대에 비로소  짬짬이 눈을 붙인다는 의사들, 하지만 기자가 이곳을 취재한 7여시간 동안 단 한순간도 그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환자들의 목숨을 살려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 속에서 그들에게는 ‘피로함’이라는 단어도 사치스러워 보였다.

응급실을 나서자 사람들의 인적조차 끊긴 조용한 길거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깜깜한 암흑만이 존재하는 적막한 거리에서 늦은 밤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 응급실은 이따금 지나가는 행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겉보기에는 조용한 응급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오늘도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자 노력하는 분주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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