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TV에서는 거리 노숙자들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은 사회고발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신문지 몇장으로 잠을 청하고, 끼니 거르기를 예사로 하는 우리 사회
의 가장들 모습이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발맞춰 사회단체에서는 이들을 위해 무료급식
뿐 아니라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원불교 봉공회 역시 지난 3월부터 식사제공 뿐아니라 실직자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있다. 스무명 남짓한 봉공회 회원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나르느라
부엌 근처는 부산하다. 음식을 만드는데 드는 예산을 교원내에서 자체 충당 하는 것이 경제
적으로 여간 힘든게 아니지만 시종일관 아주머니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동기? 이거 너무 거창하네. 그냥 고통을 함께 하자는 거지 뭐. 사명감이나 동정심 따위는
아냐. 단지 어려운 시기를 함께 살아가보자는 거야.” 자신을 지역주민 자원봉사단이라고만
밝힌 한 아주머니는 겸연쩍은 듯 자신과 교원들의 뜻을 밝힌다.

식사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그러나 한 두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다. 생활에 지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막상 자신들의 상황앞에서는 체념한듯 무표정
한 얼굴로 모두들 조용하기만 하다.

“신문에 학생들 시위하는 기사가 나고 그러지? 그렇지만 정작 시위할 당사자들은 여기 오
는 저분들 아니겠어? 근데 화가 나는 것은 저분들이 이제는 지쳐 버렸다는거야. 우리가 직
업을 알선해 줘도 보수가 적다 싶으면 거부해 버려.” 아주머니의 한숨섞인 얘기다. ‘실직
자를 위한 쉼터’를 주관하고 있는 김도근 위원장도 지금은 더이상 주위의 안타까운 시선을
받기만 할 때가 아님을 강조하며 진취적인 삶의 자세가 아쉽다고 한다.

“아주 잘 먹고 갑니다.”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일어서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밥과 국을 퍼
주느라 여념이 아주머니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돌아간다.

단 한사람이라도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 한 무료급식을 계속 하겠다는 김덕수 담당교무는 그
분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밀어 상처주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최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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