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결혼식장에 늦은 신랑이 된 기분입니다. 지금까지 열애를 하다 이제 결혼이네요. ” 시상식에 늦은 한 시인이 급하게 식장에 들어서며 털어놓은 당선소감의 첫마디다.

여기서 신부는 물론 시. 이제 막 결혼에 골인한 2005년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 신석정씨(문예창작학 석사 3차)는 그렇게 신혼의 단꿈에 빠진 동시에 ‘시인’이란 칭호가 가진 무게감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잘 차려낸 모국어의 한 상 성찬이라는 시. 고등학교 때 시인 안도현을 스승으로 만나 밥 먹고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한상 차리기를 수차례. 대학원 진학도 글쓰기에 좋은 밭을 찾아 나선 길이었다.

당선작 ‘오페라 미용실’은 그의 집 앞에 실제로 있는 미용실 이름이기도 하다. 그가 영감을 받은 부분은 동네 분위기와 영 어울리지 않는 단어 ‘오페라’. “산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 간판 이름이잖아요.

그런데 특별히 어울리려고 노력하지 않으니까 그게 또 어울리더라고요. 동화되다 보니 희망이라는 메시지도 발견할 수 있고.” 실제로 시 안에서는 아픈 가정사와 어두운 속내를 가진 동네 사람들이 등장해 슬픔의 여운을 오페라 미용실의 음표로, 오선지로 승화시키고 있다. 일상적인 소재에서 착안한 상상력의 발현이 인상적이다.

 “삶과 동떨어져 있으면 독자들은 읽지 않아요. 어떤 작품을 쓰던 현실에 뿌리를 두고 상상력을 펼치고 싶어요. 픽션 안에서의 진실성 그게 제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겁니다.” 그는 그렇게 자기만의 상상력이 아니라 타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한 편의 시란 재현(현실)의 축과 표현(개성)의 축, 그리고 언어(기호)의 축을 갖고 있게 된다’는 심사평에서처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재현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그려나가겠다는 윤석정씨. 소외된 사람들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의지의 일환이다.

 흔히 작가 하면 골방에 틀어박혀 줄담배를 피워 물고 남들과의 만남을 꺼리는 외골수를 연상하기 쉽지만 윤석정씨는 유난히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 당선작의 소재로 쓰인 ‘동네 미용실’이 온동네 사람들의 입심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다와 소식의 장이기도 한 것처럼 그도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들과 대화나누길 좋아한다고.

대학교 때 연극한 거며 가끔 마라톤을 즐기는 거며 시를 쓸 때가 아니면 항상 ‘사람들’ 사이에 자리한다.

 “창작하는 데 있어 주변 사람들 때문에 힘이 많이 되요”라는 말에서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정이 느껴진다.  ‘오페라 미용실’에서 좁다란 골목길 주변 이웃들의 아픔을 조용히 덮어주던 ‘눈’을 겨울 내내 그도 간절히 기다렸다고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들린 당선 소식은 펑펑 쏟아지는 눈발이 되어 그간의 기다림을 깨끗하게 덮어 주었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반짝 빛나는 별이 되었지만 별똥별이 되어서 떨어질지 계속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지치지 않고 발광하는 별이 되기 위해 그의 한상 차리기는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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