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 최병렬, 서청원, 주돈식….

조선일보는 이들을 두고 “좋은 땅에 좋은 씨를 뿌린 조선일보사이기에 많은 인재를 키웠
고, 또 이러한 선배들이 있었기에 조선일보사가 오늘의 위상을 차지할 수가 있었다”고 자
화자찬을 한 적이 있다. 참으로 뻔뻔스런 얘기지만 중요한 건 이러한 발언이 우리 언론의
작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대통령을 ‘elected king’으로 부르는 미국과 달리, ‘unelected king’으로 불리는 언론사
사주를 포함해 두명의 ‘king’을 갖고 있는 우리의 경우 언론사주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 21일 이틀동안 열린 심포지움 ‘언론개혁, 지금이 기회다’에서는
언론의 편집권을 장악하고 있는 사주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신학림 한국일보 노조위원
장도 “소유구조 개혁없이는 언론개혁은 불가능하다. 한국일보의 경우 주주수 28명중 한 가
족이 아닌 사람은 1명뿐”이라며 족벌, 재벌 신문이 오늘의 한국위기를 불러 왔다고 강력하
게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주도의 강력한 개혁의지
는 눈씻고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겨레 5월15일자 보도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언
론개혁은 좋지만 권력이 개입되어서 하는 언론개혁은 ‘쇠뿔을 고치려다 소 잡는 격’이 될
수도 있다며 언론이 자율적으로 개혁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심포지움에서 발제자로 나온 이효성 교수(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는 “언론의
자율적 개혁은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백년하청(百年河淸)’이요, ‘연목구어(緣木求
魚)’일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정부참여의 적극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심포
지움에 참석한 대다수의 발제자들과 참석자들은 언론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혁의지가 무
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뿐만아니라 이러한 정부차원의 법적, 제도적 뒷받침 못지 않게 언론 수용자인 시민들의 적극
적인 권리찾기 운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이석현 명함파동과 관련, 이는
엄연한 표현의 침해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투쟁이나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감시와 권리 찾기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부와 언론수용자들의 개혁의지도 중요하겠지만 현장 언론인이 변하지 않는 한 개
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특이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기자들의 전문성 결여와 ‘발표 저널
리즘’이 비판의 도마위에 올라 있는데, IMF 사태는 이러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언론은 정부나 대기업에서 발표한 내용을 비판없이 보도하는 ‘발표 저널리즘’을
반복함으로써 여론을 올바르게 이끌어 가기보다는 그들의 조작에 놀아나는 기사를 보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현장 언론인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 소용없다. 지금의 환란수사가 IMF의 원인을 찾는 데
중요한 것이 아님에도 우리의 언론인들은 정부나 검찰의 움직임을 그대로 뒤쫓아 가고 있
다”는 박인규 기자의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IMF는 오늘날 언론의 위기를 여과없이 보여 주었다. 물론 IMF가 현상적으로는 위기겠지만,
이로인해 언론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언론개혁의 목소리들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과거 어느 때보다 언론개혁을 위한 제반 조건에 충분히 갖춰진
셈이라 할수 있다.

KBS의 ‘이제는 말한다’ 개혁실천 특별제작팀이 ‘조선일보’편을 제작하면서 “언론개
혁은 신문개혁이고 신문개혁의 핵심은 조선일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족벌, 재벌 세습의
모순이 극대화된 조선일보를 짚고 넘어가지 않는 한 언론개혁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준만 교수는 ‘금기와 성역’으로 남아있는 언론계 주요 인물들을 낱낱히 해부하
며 언론권력의 교체를 위해 고분군투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 어느때보다 언론개혁을 위한 목소리들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
요한 것은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들이다. 그리고 그 주체는 정부와 언론계 그
리고 시민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언론개혁, 지금이 기회다!

<김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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