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12대 박범훈 총장 취임식장 앞에서 예술대 무용학과에 재학중인 한 학생이 ‘한국 무용파트 전임교수 7년 동안 없는 것이 왠말이냐’는 내용의 피켓을 걸고 일인시위를 벌였다.

무용학과 학생은 추운날씨에도 불구, 2시간이 넘도록 시위를 계속했고, 피켓을 본 수많은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이에 대해 의아해 했다.

◆전임교수가 7년 동안 없다?=지난 98년 7월경, 한국무용파트를 담당하고 있던 중앙대 무용학과 국수호 교수가 제자들에게 동성애를 강요하며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받았다. 이 당시 국 교수는 무용학과 학생 김모씨에게 ‘저항하면 성적과 진로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성추행한 혐의와, 이를 고소한 김모씨 등 3명의 제자에게 맞고소장을 내 무고한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이후 6년이 넘는 재판과정에서 국 교수는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협박하거나 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결국 유죄판결을 받고 사건은 일단락되어졌다.

국수호 교수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무용파트 전임교수 자리는 10여년전 정년 퇴직한 80세의 송범 명예교수가 대행했고, 그동안 학생들은 교수의 나이가 너무 많아 수업에 체계적 커리큘럼이 없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김현 전 무용학과 학생회장은 “한 학기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지불하면서 3년간 제대로 된 수업을 받은 일이 없다”며 “전임교수가 공석이었기 때문에 무용학과 학생들은 이렇다 할 외부공연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계속되는 학생들의 요구=국수호 교수의 유죄가 확정된 후, 국 교수는 지난 2003년 경 중앙대 교수에서 해임됐고, 지난해 2학기 개강직후 무용학과 학생회측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학과장에게 ‘전임교수를 채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김현 전 학생회장은 “사안이 시급한데 학과장은 교수회의 후 다시 이야기 하자고 했고, 일을 미룰 수 없어 감태준 학장을 바로 찾아갔으나 감태준 학장 역시 우선 교수회의 결과를 보자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또한 “쳇발퀴 굴러가듯 학생들의 요구가 항상 제자리걸음인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무용학과 학생들은 학점불이익을 감행하고 수업거부를 하는 등 계속적으로 문제를 제기 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번의 회의가 소집, 학교측은 ‘다음학기 개강 전 교수임용을 하여 원활한 학교생활이 되도록 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왜 또 보류판정인가?=학과에서는 교수채용심사를 마치고 오디션을 거친 교수를3배수 추천하여 대학본부측에 올렸으나 교원임용 인사위원회에서는 또다시 보류판정을 내렸다. 교수채용이 미뤄짐에 따라 2005년 1학기에도 무용학과 한국무용파트 전임교수가 없게 됐고, 학생들은 한 학기를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대해 감태준 전 예술대 학장은 “교수는 한번 뽑을 때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라며 “자격이 모자랄 경우 그 후유증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보류판정은 다음 학기 더 좋은 교수를 뽑기 위한 과정”이라며 “학생들은 급한 느낌이 들겠지만 다음 학기에는 임용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시위 당시 나누어 주었던 유인물 전문이다.

존경하는 중앙대학교 가족 제위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로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을 하루 앞둔 오늘, 봄이라는 계절처럼 중앙대학교를 새롭게 이끌어주시며 발전시켜주실 박범훈총장님의 취임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기쁜 날 이러한 글로 먼저 찾아뵙는 것을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 예술대학 무용학과 한국무용 전임교수가 약 6년간 공석이었다는 것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10여 년 전 정년퇴직하시고, 연세가 여든이 넘으신 송범 교수님을 특별임무(?)교수라는 명칭으로 모셔왔기에 학교 측은 공석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들에게는 공석이나 다름없는 교육환경 속에서 수업을 받아 왔습니다.
그래서, 계속하여 이러한 방식으로 수업을 받아봐야 더 이상 발전할 수 없고, 점점 더 퇴보하며 앞으로 학업을 계속해나가야 할 것인지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의 회의를 느끼며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지난 2004년도 2학기 때 수업거부를 하며 당시 부총장님으로 계셨던 박범훈 총장님께 무례를 범하면서까지 찾아뵌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저희들의 간절한 마음을 학교측에서는 받아들여 주셔서 뒤늦게나마 김태준 당시 예술대학장님께서 이번 2005년도 1학기까지 새로운 한국무용 전공교수 임용을 조건 없이 약속해주셨기에 부푼 희망을 가지고 전체 학우들의 정상적인 수업에 임해 왔습니다.

하지만 금번 채용심사를 정상적으로 실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저희 학우들은 어떤 이유인지 영문도 모른 채 오직 무산되었다는 것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에게 약속해주셨던 김태준 예술대학장님께 문의해보려고 했지만 지난 1월부로 학장직을 그만 두셨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이 자리에서 호소하고자 여기 서있는 것입니다.

교수 채용심사를 마무리 하고도 교수를 뽑지 않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무용학과 학생들이 수업까지 포기해가며 간절히 외쳤던 단 한 가지 새로운 교수를 뽑아 달라고 요구한 것이 학교 측에는 그렇게도 힘든 사항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고액의 등록금을 내면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수업권마저 학교 측에 의해 포기하게 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이렇게 무산된 것이 과연 학교 또는 무용학과의 발전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저희 학생들을 위해 내려진 결론인지 의심스러우며, 무산이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하여 자세한 진상규명을 요구합니다.

저희들의 목소리가 너무도 작아 들리지 않아서 그러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앞으로 저희 학우들은 한발짝 물러서겠습니다. 설 연휴 직후 무용학과 학부모 비상대책위를 결성하여 학교 측과 대화하실 수 있는 기회를 꼭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학우들은 항상 학부모님들과 상의 하에 청와대, 교육부, 국회 교육위원회, 참교육관련 시민단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더욱더 크게 외칠 것입니다.

‘중앙대학교가 무용학과의 한국무용 전공교수님 한분만 뽑게 도와주시라’구요.... 이제는 더 이상 방황 안 할 것입니다!

저희들은 선배님들 때부터 약 6여 년간 전공교수 없이 방황하였지만 이번 1학기부터는 새로운 교수님과 함께 열심히 수업하며, 여태껏 지도자 없이 방황했던 상처를 지워버릴 것입니다.

임용 심사결과를 정당하게 발표를 해주십시요.

금번 임용심사 결과가 부정하거나 어떠한 압력에 의해 무효화되지 않았다면, 이유없이 무효화하지 말고 하루 속히 발표 하십시요. 만약 이번 채용 지원자 분들 중 그렇게도 적임자가 없었다라고 하면 다시 한번 신속한 채용 절차를 마쳐주시고 3월부터 수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주시기를 기대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저희들은 어떠한 큰 것을 학교 측에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학부때부터 한국무용 전공을 이수하시고, 무용학과 한국무용 전공생들을 제대로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실 수 있는 교수님 한 분이 필요할 뿐입니다.

중앙대학교 무용학과 한국무용전공은 안성이라는 지역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여느 타 대학교에 대비해도 권위 있고 전통이 있던 학과입니다. 하지만 지도교수 없이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이러한 전통들이 서서히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더 이상은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저희들은 동문, 학부모님들과 연계해 함께 힘을 모아 2005년도 1학기부터 정상적인 수업권을 되찾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더 이상은 무용학과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중앙대학교 구성원인 교수님, 교직원님, 학우 여러분들이 도와주시길 간절히 호소합니다.

2005년 2월 3일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무용학과 한국무용 전공생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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