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찰리 채플린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가 한 이 말을 아주 좋아한다.

<빈민수용소에 있을 때나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을 때도, 나는 자신이 세계에서 제일 가는 배우라고 믿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한 생각으로는 어이없게 들리겠지만, 그래도 내가 그렇게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 나를 구했다. 그런 확신이 없었다면 나는 고달픈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일찌감치 삶을 포기해버렸을 것이다.>

하루하루를 살아 견디는 것은 언제나 녹록치 않고, 그 험난한 일상속에서 가까스로 찾아낸 소설의 꿈마저 내겐 마냥 멀기만 했다. 

 하지만 찰리 채플린처럼, 나는 내 속에 어떤 강한 믿음 같은 것을 갖고 있었다. 내가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적어도 고단한 일과 끝에 컴퓨터 앞에 앉아 깜박이는 커서와 싸우는 그 시간동안만큼은 난 최고의 이야기꾼인 거라고, 그렇게 믿고 또 믿었다. 

 그러나 때로 나의 믿음이 세상에 꺼내보여지는 순간, 그 믿음이 초라하게 외면당하고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마음이 쓰렸다.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었지만 무너진 믿음의 탑을 속으로 다시 쌓아올리는 과정은 언제나 괴롭고 버거웠다. 

 사실 그 과정을 또 반복해야 할 것이 두려워 의혈창작문학상에 작품을 제출하는 일을 많이 망설였었다. 그런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은 나의 언니였다. 봉투에 작품을 넣어 봉하고서도 한참을 주저하던 내게 용기를 주고 작품을 직접 제출해준 중대 영화학과에 다니는 언니 이연화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더불어 내 삶의 조용한 후원자이신 어머니, 그리고 좀 더 치열하게 좀 더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경희소설창작모임 들녘의 문우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만큼은 잠시 이들과 한껏 기쁨을 나누다가, 어둠이 내리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묵묵히 고개 숙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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